[공천후유증…속도붙는 독자노선]野 영남 핵분열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김윤환(金潤煥.아호 虛舟).이기택(李基澤.KT)고문이 독자노선을 다듬고 있다. 탈당과 무소속 출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들의 허(虛)를 찌르는 기습적인 물갈이 공천을 단행했지만 그 반격의 속도도 신속하다.

金.李고문은 19일 오전 전격 회동, 李총재와의 결별 수순을 정리했다. 당내 최다선(7선)현역인 신상우(辛相佑)국회 부의장도 결별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사이에선 연대 움직임도 감지된다.

TK 맹주를 자임해온 金고문과 부산에서 일정세력을 갖고 있는 李고문의 움직임은 李총재의 총선전략을 허물어뜨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의 반발이 세(勢)를 얻을 경우 총선구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김대중 대통령과 李총재.김종필(金鍾泌)자민련 명예총재의 3당 각개약진 형태로 짜인 구도가 헝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영남쪽 여론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양측은 "李총재의 배신으로 영남에서 우리의 동정여론이 일고 있다" 고 주장한다.

최병렬(崔秉烈)부총재는 "李총재가 두사람을 배제한 것은 잘못됐다. 대선을 위한다면 李총재가 두사람과 끝까지 함께 가야 한다" 며 영남전선의 차질을 우려했다.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의 태도도 변수다. YS가 '반(反)이회창' 깃발을 들고 나온다면 영남의 상황은 더욱 가변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영남당' '무소속 연합' 이 출현, 한나라당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고 고위 당직자는 내다봤다.

'신(新)민자당' 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YS와 金고문이 다시 손잡는 상황을 가상한 것이다.

서울지역 공천자로 확정된 한 의원은 "한나라당 기반이 흔들리면 수도권에서도 문제가 생길 공산이 크다" 고 걱정했다.

그런 흐름이 어떤 크기로 형성될지는 李총재의 진화(鎭火)작업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물론 "허주와 KT 등이 뛰쳐나가봐야 별 수 없을 것" 이라고 낙관하는 李총재 측근들도 있다. "성향이 다른 사람들끼리 정당을 만들기 어렵고, 대의명분도 없다" 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총선의 틀이 영남에서부터 변형될 경우 손해는 한나라당이 더 볼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영남 기반이 잠식당할 경우 비례대표 의석에 대한 한나라당의 기대치도 낮춰 잡아야 할지 모른다.

이상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