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양국 간 무역 불균형 해소 합의”후진타오 “보호무역 반대 … 단호히 배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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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경제 분야의 성과만 놓고 보면 이 속담이 딱 들어 맞는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중국의 환율정책과 위안화 절상 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 표명만 있었다. 그간 양국이 통화·환율 정책을 둘러싸고 격렬한 공방을 벌인 점을 감안하면 싱거운 결말이다.

◆위안화 절상 문제에 후진타오 침묵=전문가들은 중국의 시장지향적 환율정책을 지적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원론적인 입장 표명 수준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평가된 위안화가 양국 간 무역의 불균형을 야기하고 있다”고 발언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환율 문제와 관련해 뚜렷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역외선물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외려 떨어졌다.

다만 양국의 무역분쟁 이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 후 주석은 “글로벌 경제가 회복 중이지만 아직 불안한 만큼 양국은 교역을 늘려야 한다”며 “보호무역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무역분쟁 이슈는 입장 차이가 있는 만큼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 무역갈등이 더 악화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채무를 갚아나갈 것”이라며 “중국도 소비와 수입을 늘리기로 노력하는 등 양국 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환율정책 변화에 대한 중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미국의 저금리 정책과 보호무역주의 등에 대한 양국 정상 간의 입장 교환이 있었다”고 전했다.

◆위안화 소폭 절상 가능성=환율 문제에 대해 어중간하게 결론이 난 것은 양측의 미묘한 관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양측 모두 현 상황에 만족하진 않지만 일방적으로 깨뜨리기에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선 미국이 최대 수출시장이다.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중국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은 국채 8000억 달러를 보유한 최대 채권국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내다파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런 양측의 관계를 “미국은 중국의 국채에 묶여 있고, 중국은 미국의 달러에 얽혀 있다”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조만간 중국이 소폭의 위안화 절상을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3분기 통화정책보고서에 “국제자본 흐름과 주요 통화를 감안해 환율체계를 개선할 것”이라는 내용을 넣은 것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고려대 오정근(경제학)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위안화 문제를 언급한 것 자체로 중국은 정치적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어느 정도 성의 표시 수준의 절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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