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응씨배 불패 신화 이어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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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한국·중국 대결로 펼쳐진 응씨배 준결승전 2국. 사진 위쪽은 최철한8단(왼쪽)과 펑취안6단, 아래쪽은 송태곤7단(오른쪽)과 창하오9단.

최철한8단 대 펑취안(彭筌)6단 1승1패.

송태곤7단 대 창하오(祥昊)9단 1승1패.

응씨배세계바둑선수권전 준결승전이 뜨겁다. 결승 진출자를 가리는 최종전은 10일 중국 구이양(貴陽)시에서 열린다. 이창호9단등 한국의 보증수표들과 중국의 상위랭커들이 모두 탈락한 가운데 벌어지는 이번 승부는 도무지 승자를 점칠 수 없는 혼전이다.

6일의 첫판을 앞두고 송태곤은 오전 2시에 잠을 깼다. 송태곤은 최철한을 흔들어 깨웠고 최철한도 덩달아 일어나 두사람은 밤을 꼬박 새운 채 대국장으로 갔다. 긴장감이 빗어낸 해프닝이었다.

바둑은 두판 모두 불리했지만 중반의 난투극 속에서 한국의 젊은 강자들은 힘으로 밀어붙여 어렵게 승기를 잡아냈다. 나란히 불계승을 거둔 것이다.

8일의 2국은 예상외로 무력하게 졌다. 컨디션이 들쭉날쭉하고 기복이 심했다. 만19세인 최철한의 경우 이번 대회에 병역 문제가 걸려있다. 응씨배 결승에 오르면 법적으로 공익근무의 자격이 생긴다(18세의 송태곤은 후지쓰배 준우승으로 병역문제를 해결했다). 우승상금 40만달러보다 이것이 더욱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반면 중국의 신예 펑취안은 자신의 고향에서 열린 대회에서 연패할 수 없다는 각오로 사력을 다했다고 한다.

그는 공격에 능한 '독사'최철한의 강펀치를 잘 피한 뒤 의표를 찌르는 역습으로 승리를 굳혔다. 송태곤은 스케일 큰 전투력이 누구보다 뛰어나 '폭풍'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이날은 곤마가 쫓기며 능력 발휘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8일이 생일이었던 송태곤은 "내 생일선물은 내가 준비한다"고 장담했지만 아쉽게 성사되지 못했다.

10일의 최종국은 완전 안개 속이다. 두판 모두 이긴다면 한국 우승은 확정된다. 1988년 첫 대회 때부터 4년에 한번씩 4회를 치른 응씨배는 조훈현-서봉수-유창혁-이창호 순으로 한국의 4인방이 우승을 거머쥔 한국 잔치판이었다.

순번으로 본다면 다음 우승자는 이세돌9단 차례였는데 그는 초반에 탈락했다. 4명의 우승자도 모두 탈락했고 이제 최철한과 송태곤만 남았다. 과연 이들이 한국 강자가 나이 순으로 우승해온 응씨배의 징크스를 그대로 이어갈지 궁금하다.

중국의 마샤오춘(馬曉春)9단은 최철한과 창하오가 결승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분석한다.

최철한은 펑취안보다 실력에서 앞서고 창하오는 세계대회 결승 문턱에서 다섯번이나 주저앉는 등 송태곤보다 큰 대회 경험이 풍부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진짜 승부의 관건은 누가 긴장감을 이겨내고 평상심을 유지하느냐다. 네사람 모두 준결승에 올라왔다는 그 사실만으로 실력은 이미 검증된 것. 큰 승부는 운과 컨디션인데 이것은 결국 마음의 평정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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