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미리내 성지 고압 송전탑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한국전력공사가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일대에 송전철탑을 세우려는 계획에 대해 이 지역 '천주교 미리내 성지(聖地)' 신자들과 주민 등 1만여명이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리내 성지 관계자들과 주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관배 신부)는 전국 4백만 천주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해 1백만명이 방문하는 성지 주변에 고압 철탑을 세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며 서명운동에 나섰다.

15일 안성시에 따르면 한전은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의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 충남 서해안 지역에 위치한 발전소에서 용인을 거쳐 안성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공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전은 미리내 성지로부터 4백여m 떨어진 양성면 미산.노곡리에 걸쳐 있는 쌍령산 일대 17곳에 50~90m 높이의 대형 철탑을 세울 예정이다.

이 계획이 알려지자 미리내 성지측과 주민들은 국내 천주교 2백년 역사의 산실이자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있는 유서깊은 곳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대에 나섰다.

특히 이들은 한전이 원래 건설하려 했던 철탑은 미리내 성지와 1㎞ 넘게 떨어진 극동기상연구소 주변이었으나 뒤늦게 갑자기 미리내 성지쪽으로 건설 위치가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미리내 성지 관계자를 비롯한 주민들은 당초 예정대로 송전탑 설치 공사를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계획을 변경, 지하에 매설하거나 계획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미리내성지에는 성삼성직수도회.성모성심수녀회.성요셉애덕수녀회 등이 자리잡고 있다.

김관배 비상대책위원장은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잡은 미리내 성지는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보물" 이라며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주민들과 공조해 반대운동을 벌여나가겠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전과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극동기상연구소 쪽에 설치하려던 계획이 변경된 것은 국가의 중요업무시설 주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성지와 주민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고 말했다.

정찬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