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아프리카 껴안기'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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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국이 아프리카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탕자쉬안(唐家璇)외교부장이 10일간에 걸쳐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5개국을 순방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 외교의 아프리카 대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唐부장은 아프리카 순방에서 돌아온지 한달도 안돼 15일부터 23일까지 모리타니.튀니지 등 아프리카 2개국 및 중동 2개국 방문에 나선다.

왕광야(王光亞)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도 14일부터 2주간 일정으로 르완다.부룬디.잠비아.남아공 등 아프리카 4개국 방문길에 올랐다.

지난달 중순엔 중국정계의 '우먼 파워' 인 우이(吳儀)국무위원이 역시 가나와 토고 등 아프리카 5개국을 순방했다.

새해초 불과 두달도 안돼 중국은 네차례 '출격' 으로 아프리카의 16개국을 방문하는 셈이 된다.

1월엔 콩고 국회의장과 가나 외무장관이 각각 중국을 찾기도 했다. 이같은 중국의 아프리카 공략은 올 가을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오는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베이징(北京)에서는 중국-아프리카 대논단이 벌어진다.

중국외교부 비주사(非洲司.아프리카국) 류구이진(劉貴今)국장에 따르면 이번 회의의 정식명칭은 '중국-아프리카 합작논단-베이징 2000년 장관급 회의' . 아프리카 53개국 중 대만과 수교한 세네갈 등 8개국을 제외한 40여개국이 참석한다.

장쩌민(江澤民)주석은 지난해 11월 참가대상 국가 대통령들에게 편지를 띄웠다. 唐부장과 스광성(石廣生)대외무역경제합작부 부장도 역시 이들 국가의 외무장관과 무역담당 장관들에게 비슷한 취지의 편지를 썼다.

중국-아프리카의 우의를 다지고 무역을 증진시키자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이같은 중국의 적극적 아프리카 공략배경엔 크게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중국의 대국주의(大國主義)외교의 조정이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과 유럽.러시아.일본 등 대국과의 외교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이같은 대국 외교는 지난해 5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오폭(誤爆)으로 큰 상처를 받았다.

잠시 소홀했던 제3세계 국가를 다시 다독거리고 아프리카 국가들을 끌어안아 제3세계 외교의 맹주로 거듭나겠다는 계산이다.

둘째는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숫자 많은 아프리카의 도움을 빌리자는 것. 미국은 연초 유엔인권위에서 중국의 인권상황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제출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를 부결하기 위해선 아프리카 국가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셋째는 대만과 대만 수교국에 대한 압력행사다. 중국-아프리카 논단에 대만과 수교한 국가들이 초청장을 못받은 것이 그 예다. 아프리카 국가들에 '하나의 중국' 위력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중국은 올가을 논단 개최의 성과를 면밀히 분석한 뒤 중국-아프리카 논단을 정례화할 것인지와 장관급 회의를 보다 높은 총리급 회의로 격상시킬 것인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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