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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 왜 인류 조상이 아닌가? (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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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엽지추(一葉知秋)라는 말이 있다. 떨어지는 하나의 낙엽을 미루어 짐작하건 데 가을이 왔다는 안다는 것이다.

몇 만년, 수십 만년 전에 일어난 사실을 파헤쳐야 하는 고고학에서 일엽지추는 대단히 중요하다. 발견된 하나의 사실로 당시의 정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물증이 여러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상상에 가까운 지나친 해석도 많다.

네안데르탈인은 바람둥이였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이 짐승들의 뼈들과 함께 출토 된 것을 보고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잡아먹었다는 주장도 사실을 그렇다. 또한 이 주장은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었다.

또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를 합친 것과 같은 유골이 출토되자 학자들은 두 집단 간의 이종교배가 있었을 거라는 주장도 했다. 이 주장도 인류학자들 사이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가설로 통했다.

네안데르탈인은 유럽 대부분의 지역에서 발견됐다. 따라서 학자들의 연구 열기도 대단했다. 유럽이의 조상일 수도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네안데르탈인을 둘러싼 갖가지 해석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런데 재미 있는 주장도 전개됐다. 네안데르탈인이 바람둥이였다는 것이다. 일부일처제를 정착시킨 현생인류와 달리 네안데르탈인들은 여러 상대와 짝짓기를 하며 살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다.

여러 상대와 짝짓기한 자유연애주의자

또한 이와 같이 아내에게 충실하지 않는 바람둥이 기질 때문에 결국 현생인류의 지배를 받게 됐고, 결국에는 멸종하게 됐다는 연구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이해가 안 가는 해괴망측한 이야기인가? 바람 피우면서 다녔다는 이야기는 무엇이고, 또 그로 인해 멸종됐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그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

골상학의 일종인지, 아니면 정말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는 정확히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다만 사람의 가운데 손가락인 검지와 약지 사이에 크기를 비교해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시도는 오랫동안 진행돼 왔다.

심지어 그 길이를 비교해 미래를 점 치는 사람도 있었다. 과학자들이 바로 거기에 착안을 두고 네안데르탈인이 바람둥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또한 일부일처제를 정착시키지 못해 멸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암컷을 돌보지 않아 수적으로 열세, 그래서 멸종?

쉽게 이야기 해서 네안데르탈인 수컷은 천성적으로 암컷을 전혀 돌보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짝짓기 해서 암컷이 임신되더라도 힘들고 중요한 시기에 먹을 것을 갖다 주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결국 자손번식 경쟁에서 뒤진 네안데르탈인은 수적으로 밀려 현생인류를 당할 수가 없어 멸종되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생각해 보면 그럴듯한 이야기다. 그러나 검지와 약지의 길이의 차이만 보고 그런 결론을 내리는 것은 신빙성이 없는 주장이 아닐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약지가 검지보다 길면 바람둥이다. 이 이야기는 사실 사람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져 있는 이야기다.

약지가 검지보다 길면 바람둥이

약지가 긴 사람은 여자든 남자든 한 상대방에게 만족을 못하는 바람둥이기 때문에 연애는 할 망정 결혼은 금물이라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스토리다. 그 스토리를 네안데르탈인에게도 적용시킨 것이다.

지난 2008년 영국 리버풀 대학 연구진은 사람을 비롯한 현대 영장류의 검지와 약지 비례가 짝짓기 상대의 수를 시사한다는 최신 연구에 근거해 이 두 손가락이 남아 있는 네안데르탈인 화석 2구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약지 길이가 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이에 연구를 바탕으로 네안데르탈인들 남성 한 명이 여러 여성을 거느렸거나 남성과 여성이 모두 다수의 짝짓기 상대를 갖는 집단생활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학회에서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이 연구팀은 400만~300만년 전의 직립원인으로 추정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약지를 조사했는데 검지보다 짧은 것으로 나타나 이들이 한 상대에게 충실했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사실 일부 학자들은 부정하고 있지만 최근 학계에서는 검지 대 약지의 비례가 낮은, 즉 약지의 길이가 긴 남자일수록 태아 시절 테스토스테론을 비롯한 남성 호르몬에 많이 노출돼 보다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약지가 검지보다 길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약지가 긴 남성들은 더 강하고 빠르며 성적(sex)으로도 경쟁심이 강한 특징을 보인다고 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편 여성들은 검지와 약지의 길이가 대체로 비슷하다. 그러나 약지가 긴 여성들은 약지가 긴 남성과 비슷한 성향을 띠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여성 역시 태아시절에 테스토스테론 남성호르몬에 많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영장류에서 암수간에 연대감은 종족보존의 분수령

연구진은 수컷과 암컷 사이에 연대감이 형성되는 짝짓기와 그렇지 않은 짝짓기는 영장류의 생존을 이어나가는 분수령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대감이 형성된 수컷들은 암컷이 임신한 동안 먹이를 대 주지만 연대가 없는 사회 구조 내의 암수는 각자 먹이를 찾아야 하는데 이런 차이 때문에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이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네안데르탈인은 결국 현생인류와의 전투에서 패망해 결국 멸종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물론 연구팀은 사용된 표본 규모가 워낙 작아 연구의 결론은 단지 추정에 불과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보다 확실한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네안데르탈인들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현생인류의 검지와 엄지도 비교할 수 있는 화석표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 그러면 생물학적인 검지와 엄지의 길이 차이로 모든 것을 유추 해석할 수 있을까? 검지와 엄지 그 속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계속)

김형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