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뷰] "바닥이 없다" 거래소 비관론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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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코스닥시장이 열기를 더해가는 만큼 거래소시장은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거래대금에서 코스닥은 지난 주부터 거래소를 압도하고 있다.

코스닥에 가야만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코스닥시장은 금융장세가 연출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마구 덤벼들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4일 종합주가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930선 아래로 힘없이 주저앉자 거래소 시장에서는 투매조짐마저 비쳤다.

이날 벤처기업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소식이 전해진 뒤 코스닥지수는 떨어졌다 다시 살아난 반면 종합주가지수는 더 곤두박질해 거래소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됐다.

◇ 거래소 이탈, 코스닥 러시〓개인투자자들뿐 아니라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까지 거래소에서 코스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외국인들만 코스닥에서 순매수를 꾸준히 유지해 왔으나 거래소 시장이 약세를 보이자 개인과 기관투자가까지 '거래소 팔자, 코스닥 사자' 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A투신의 한 펀드매니저는 "거래소가 외면당하고 코스닥 주식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수익률 하락을 막기 위해선 코스닥 종목 편입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 고 설명했다.

그는 "14일 거래소 시장에서 기관투자가가 소폭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이날 프로그램 순매매 규모가 2천억원 안팎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기관투자가의 매도규모가 2천5백억원 가량이 된다" 고 설명했다.

주식형 수익증권으로의 자금유입이 기대에 못미친 것도 거래소시장에 대한 비관론을 확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코스닥에 비해 시가총액이 큰 거래소시장 종목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관투자가가 나서야 하는데 주식형 수익증권으로의 자금유입 속도가 더뎌 기관투자가가 힘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 발빠른 매매전략 필요〓미국에서도 뉴욕증권거래소 보다는 나스닥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코스닥 주도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목표수익률을 낮추고 발빠르게 시장변화에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대우증권 김진태 대리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거래소시장에서 본격적인 매수우위로 돌아서지 않는한 거래소시장의 반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며 "수익이 난 종목은 발빠르게 교체매매하고 손실이 났을 경우 손절매 원칙을 반드시 지키는 게 바람직하다" 고 설명했다.

최근 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이 외국인투자자인 만큼 이들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최근들어 기관이나 개인투자자가 모두 외국인 움직임에 동조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며 "이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 게 장세흐름을 읽는 방법의 하나" 라고 말했다.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 김정환 책임연구원은 "코스닥 종목과 거래소 종목의 가격격차가 어느 정도 벌어질 경우 이를 좁히기 위한 거래소 종목의 반발 매수세가 일어나는 게 과거 경험" 이라며 "매도시점을 놓쳤다면 이런 기회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 이라고 조언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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