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태양탐사선 화물캡슐 추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 태양탐사선 제네시스호의 표본 캡슐이 8일 미국 유타주 사막에 추락했다. 태양풍(태양에서 나오는 전자.양성자.헬륨 원자핵 등의 흐름)의 입자 표본이 들어 있는 캡슐은 2년여 동안 우주에서 채집한 표본을 갖고 지구로 귀환 중이었다.

당초 NASA는 캡슐이 대기권에 진입해 낙하산을 펴면 공중에서 낚아채 안전하게 회수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6m 길이의 갈고리를 부착한 헬기 두대를 상공에 배치했다. 조종간은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스턴트맨 조종사가 잡았다. 하지만 주 낙하산과 보조 낙하산이 모두 펴지지 않아 캡슐은 시속 310㎞로 떨어져 땅속에 처박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임무를 위해 2주 동안 '낙하산에 달린 캡슐 갈고리로 낚는 법'을 맹훈련한 조종사들은 막상 실전에서는 기량을 펼치지도 못했다.

이날 제네시스호는 태양풍 입자 40㎍(1㎍은 100만분의 1g)이 담긴 캡슐을 지구를 향해 내보냈다. NASA 측은 캡슐이 오전 9시55분(현지시간) 대기권에 진입했으나 5분여 만에 땅에 추락하고 말았다고 발표했다.

NASA의 크리스 존스 태양계 조사팀장은 "캡슐이 외부 충격으로 크게 손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캡슐 안에 있는 표본의 일부라도 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1년 8월 지구와 태양의 중간 지점으로 발사된 제네시스호는 태양의 코로나와 바깥쪽 가스체로부터 초속 450㎞로 튕겨져 나오는 입자들을 실리콘.다이아몬드.사파이어 등으로 만들어진 특수 채집판으로 채취했다. 이 표본을 분석하면 태양계 생성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됐었다.

박현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