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in 마켓 원자재펀드] 검증된 대기업 투자냐 ‘광맥 찾은’ 기업 투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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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원자재펀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원자재와 관련 있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다른 하나는 원자재 관련 지수를 따르는 펀드다. 블랙록월드광업주와 JP모간천연자원은 모두 첫 번째에 해당한다. 주식시장이 강세일 땐 지수보다 기업에 투자하는 원자재펀드의 수익률이 높기 마련이다. 두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71.33%, 87.63%로 지수형 원자재펀드의 평균(17.96%)을 크게 웃돌았다.

두 펀드의 차이는 이름에서 드러난다. 블랙록월드광업주펀드는 ‘광업주’란 이름 그대로 귀금속이나 산업용 금속 관련 기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한다. 종합광물 업체(48.8%)가 절반을 차지하고 금(15.5%)과 구리(14.5%) 생산 업체의 비중도 크다.

이와 달리 JP모간천연자원펀드는 모든 원자재가 투자 대상이다. 귀금속과 일반 광업주는 물론 에너지 기업과 농산물 관련 주식도 편입한다. 9월 말 현재로는 금(25.6%)과 금속 관련 주(20.9%)의 비중이 가장 크고 석유 탐사업체(11.7%)가 그 뒤를 잇는다. 투자지역은 두 펀드 다 북미와 유럽의 비중이 80%에 육박했다. 블랙록은 남아공(8.5%), JP모간은 호주(11%)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투자전략은 대조적이다. 블랙록은 이미 검증된 안정적인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세계적인 철광석 생산업체인 호주의 BHP빌리턴·리오틴토, 브라질 발레 등이 그 예다. 블랙록자산운용 조동혁 상무는 “탐사나 개발을 시작한 기업보단 상당 기간 개발이 진행돼 생산비용을 낮춘 중후하고 큰 기업 위주로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JP모간은 이제 막 생산을 시작한 기업을 선호한다. 투자 비중이 큰 10개 종목 중 4곳이 2002년 이후 상장된 기업일 정도다. JP모간자산운용 기준환 이사는 “다른 펀드가 잘 담지 않는 시가총액 20조원 미만의 기업을 발굴해낸 게 올해 수익률이 높았던 이유”라고 설명한다.

블랙록월드광업주는 환헤지형과 환노출형으로 나뉜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비슷하다. 원화값이 달러당 1600원 가까이 떨어졌을 땐 환노출형이 크게 앞섰지만 최근 원화 강세로 그 차이가 좁혀졌다. JP모간천연자원은 환헤지를 하지 않는 환노출형 펀드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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