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중왕 가리자” ‘아산 월드컵’ 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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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 부청(28)씨가 베트남어와 한국어를 번갈아 가며 방어벽을 치는 수비 선수들을 향해 목청을 높인다. 14일 오후 2시40분 이순신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글로벌FC 대 경보FC의 축구시합이 벌어졌다.

글로벌FC는 순천향대 교직원과 유학 온 교환학생들로 구성된 팀이다. 베트남에서 온 부청씨를 포함해 모두 7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말 그대로 ‘글로벌’ 축구단인 셈이다. 글로벌FC는 이날 경보제약(아산시 실옥동) 직장팀인 경보FC에 3대 1로 아쉽게 패했다. 이날 이순신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시간대 별로 모두 10팀의 아마추어 축구팀이 아산판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한 열전을 치렀다.

14일 이순신종합운동장의 보조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골을 넣은 경보FC 선수가 환호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아산은 지금 월드컵 시즌

축구 열기로 아산이 떠들썩하다.

8일 개막한 ‘2009 ASAN슈퍼리그축구대회’가 10일째를 맞으면서 열기를 더하고 있다. 슈퍼리그 축구대회는 축구협회와 연합회 소속 팀들은 물론이고 소속이 따로 없는 동아리팀에, 직장팀까지 참가하는 명실공히 ‘왕중왕’을 가리는 한판 승부다.

협회소속팀과 연합회 소속팀이 함께 하는 리그전은 매년 있어 왔지만 직장팀과 동아리팀까지 참여하는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개막경기를 시작으로 결승전이 열리는 22일까지 많게는 하루 6~7경기를 소화하는, 그야말로 축구 열전이 시작됐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선수들의 가족, 직장동료까지 응원전에 나서면서 지역 사회가 후끈 달아올랐다.  

모두 28개 팀이 참가했다. 조별 리그전을 펼쳐 21일까지 16강을 가리고 22일 하루 동안 토너먼트로 8강, 준결승, 결승 경기를 치러 최종 승자를 가린다. 16일 현재 모두 35경기가 진행됐다.

아산은 생활축구의 메카

아산지역 초·중·고교 운동장은 1년 내내 생활 축구인들의 경기가 열린다. 아산시축구협회와 연합회 소속된 15개 팀이 협회장기, 연합회장기, 아산시장기 등 연중 수백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주로 휴일을 이용해 한 해 동안 리그전을 펼쳐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경기 방식이다.

여기에 클럽대항과 직장인 축구대회까지 따로 진행되다 보니 주말이나 휴일이면 관내 대부분의 초·중·고교 운동장과 이순신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등은 축구 하는 사람들과 응원 나온 관계자들로 북적댄다.

축구협회는 클럽팀과 직장팀을 모두 합하면 대략 100여 개 팀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소 인원 22명(양 팀 엔트리)은 있어야 경기가 가능하니 1년 동안 진행되는 각종 축구경기에서 수천 명이 승패에 따라 울고 웃는 셈이다.

협회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21명의 심판들도 휴일을 잊고 산지 오래다. 보통 한 경기당 4명의 심판(대기심 1명 포함)이 투입된다. 21명의 심판이 1년에 수백 경기를 소화하다 보니 휴일 날 가족 나들이는 축구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처음 열린 슈퍼리그전도 얼마 전 도민체전과 맞물려 28개팀 밖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참가팀 엔트리만 700여 명이 넘고 관계자를 포함하면 1000여 명의 선수단이 대회에 참여했다.

61년 만에 첫 우승

최근 청양에서 열린 61회 도민체전에서 아산시 일반부 축구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도민체전 역사상 아산시가 축구 우승기를 가져 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유소년 축구팀도 8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보였다.

생활축구가 활성화되면서 얻은 자연스러운 성과다. 타 시·군의 경우 외지에서 선수들을 일시적으로 영입해 대회를 치르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아산시의 경우 순수한 생활 축구인들의 노력으로 우승을 차지, 의미를 더하고 있다.   

현재 아산은 초·중·고교 모든 학교를 통틀어 축구부 하나 없는 불모지다. 축구협회는 내년부터 유소년축구팀을 활성화 할 계획이다. 대한축구협회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 코치를 영입하여 초등부를 좀 더 활성화 하겠다는 것이다.

김창수 아산시축구협회장은 “도민체전 축구우승을 계기로 유소년 꿈나무를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다 같이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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