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추첨, 직접 가서 보니

중앙일보

입력

수많은 부인과 설명에도 '로또 조작설'은 여전히 맹위를 떨친다. 인터넷에 떠도는 다양한 정황 설명과 의혹은 '조작설'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 14일 오후 6시30분, 서울시 목동 SBS 목동사옥 6층 스튜디오에서는 색다른 체험 행사가 열렸다. 온라인복권 로또 수탁사업자인 (주)나눔로또가 마련한 ‘추첨 사전검수 체험’으로 전국 각지에서 40명 안팎의 국민참관단이 모였다.

추첨기계와 추첨볼세트를 보관하는 창고의 봉인해제로 시작한 사전검수 작업은 테스트볼을 이용한 추첨기계 작동 확인, 추첨볼세트 선정, 추첨볼 무게 측정 등 까다로운 절차가 참관단이 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사전검수의 하이라이트는 추첨볼 무게 측정과 선정 작업. 로또 추첨 초기부터 특정 번호를 당첨번호로 만들기 위해 볼의 무게를 달리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의혹을 없애기 위해 추첨에 앞서 5개 세트에 들어있는 볼의 무게를 모두 잰다. 지난주 추첨 이후 볼의 변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로또 추첨볼은 지름 45mm, 무게 4g으로 탁구공(40mm, 2.7g)보다 조금 크고 무겁다. 한 개의 볼세트에 들어있는 추첨볼 45개를 하나하나 저울에 올려 무게를 확인한다.
저울에는 볼의 지름을 재는 구멍 2개도 있다. 위에 있는 구멍은 지름 44mm, 아래에 있는 구멍은 지름 46mm로 위의 구멍을 통과하거나 아래 구멍을 통과하지 못하는 볼이 나올 경우 그 볼세트는 추첨에서 제외된다.

크기 관문을 통과한 볼은 무게를 재는데 표준무게인 4g에서 상하 10%, 즉 4.4g을 넘거나 3.6g에 못미치면 역시 제외된다. 5개의 볼세트에 든 225개의 볼에 대해 일일이 크기와 무게를 확인하고 이를 보고서에 기록한다.
나눔로또 관계자에 따르면 로또 추첨볼 하나의 가격은 100달러로 모두 수입한 것이다.

무게 측정을 통과한 볼세트만이 추첨볼 후보에 오른다. 이중 2개를 추첨볼세트로 선정하는 데 이는 추첨으로 결정한다. 추첨으로 뽑힌 첫 번째 볼세트는 실제 추첨용으로 사용하고, 두 번째는 비상용이다. 이날 추첨용으로는 3번 볼세트가, 비상용으로 2번 볼세트가 선정됐다.

추첨볼세트가 결정되면 이를 추첨기계에 넣어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한다. 실제 추첨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생방송 진행자 탁자 위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추첨기계가 돌아가고 당첨번호 7개가 가려진다. 이런 과정을 3번 반복한다. 이날 추첨에 앞선 사전검수 작업은 아무런 문제없이 1시간 30분만에 끝났다.

오후 8시 로또 복권판매가 마감되고 동시에 정산이 이뤄졌다. 363회차 총 판매액은 448억6394만8000원.

사전검수와 정산이 모두 끝난 오후 8시 20분 생방송을 위한 리허설을 한다. 진행자 박찬민 아나운서와 로또걸 조수아 씨가 나와 생방송과 똑같이 진행한다. 이때도 실제 추첨과 같은 과정이 반복된다. 따라서 실제 추첨에 앞서 연습 추첨은 모두 5번 이루어진다.

“안녕하세요. 매주 토요일 여러분에게 행운을 드리는 남자, 박찬민입니다.”

21번, 11번, 14번, 32번, 12번, 38번, 그리고 2등 보너스볼 6번.
7개의 당첨번호가 결정되는 데는 박찬민 아나운서의 오프닝 멘트로부터 채 2분도 걸리지 않았다.

“다음주 토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2002년 12월 7일 1회 때부터 추첨 방송을 진행해온 박찬민 아나운서에게 질문을 던졌다.

-박찬민 아나운서도 로또 복권 구입하시나요(로또 수탁사업자의 임직원이 아니면 성인은 누구나 복권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럼요, 처음부터 계속 사왔습니다.”

-매번 구입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짧지만 프로그램 진행에 활력을 불어넣어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죠. 그리고 저도 월급쟁이잖아요(웃음).”

매주 토요일 밤 당첨번호를 불러줘 ‘행운의 사나이’가 된 그는 “로또, 그것 조작아니냐”는 말보다 “악수 한번 하자”는 요청을 훨씬 더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노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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