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빅딜하면 3당 모두 "손해는 안보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선거법 처리 시한인 8일 밤까지 여야 3당은 의원수 축소 폭과 1인1표제.1인2표제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표결을 강행했을 때의 정치적 부담과 불확실성을 피하면서 3당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후 2시로 잡혀 있던 본회의를 오후 8시로 연기하면서 3당은 거듭 빅딜을 모색했다. 3각 빅딜은 지난달 말 여야가 선거법 처리를 늦춘 후 물밑에서 접촉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선거구 획정의 위헌요소를 없애고 대신 1인2표제를 얻어내는 방안이 이달 초부터 깊이있게 검토됐다" 고 말했다.

1인2표제는 김대중 대통령의 '전국정당화론' 과 결부된 것이어서 민주당측은 이 문제만은 물러설 수 없었다.

또 선거구획정위에서 만든 의석수 감축안(26개 축소)보다 다소 덜 줄이더라도 그 책임을 한나라당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여당으로서는 크게 불리할 게 없었다는 것이다.

빅딜안 자체를 부인하는 박상천 민주당 총무도 "1인2표제를 도입하고 석패율제와 2중등록제는 실시하지 않기로 대충 합의가 됐다" 고 말했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도 "여당이 주장하는 1인2표제를 받고 의석수를 16개만 줄일 경우 별로 손해가 아니다" 고 설명했다.

빅딜이 성사될 경우 살아나는 16개 지역구 중 상당수가 한나라당에 승산이 있는 곳이라는 게 한나라당측 분석이다. 1인2표제에 따른 부담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여 희석시킨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현재로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 아니냐" 고 반문했고, 민주당의 한 의원도 "현행선거법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 는 반응을 보였다.

표면적으로는 빅딜을 거부하고 있는 자민련 역시 수도권 의원들이 연합공천을 강하게 원하고 있어 수도권 지역의 연합공천이 보장되면 수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 당(黨)이 충청도 당이냐" 며 "수도권 의석 확보를 위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총무간의 협상이 타결 직전까지 갔음에도 불구하고 각 당 지도부는 쉽게 수락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한나라당 이부영 총무는 이날 오전 총무회담에 앞서 이회창 총재에게 빅딜안을 보고했지만 "1인2표제는 절대 안된다" 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李총재는 수정안에 대한 표결로 가라는 입장" 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옥두(金玉斗)민주당 사무총장은 "한나라당은 협상 실무자가 1인2표제를 수용하겠다고 해놓고 또 지도부가 틀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 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