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처리 시한인 8일 밤까지 여야 3당은 의원수 축소 폭과 1인1표제.1인2표제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표결을 강행했을 때의 정치적 부담과 불확실성을 피하면서 3당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후 2시로 잡혀 있던 본회의를 오후 8시로 연기하면서 3당은 거듭 빅딜을 모색했다. 3각 빅딜은 지난달 말 여야가 선거법 처리를 늦춘 후 물밑에서 접촉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선거구 획정의 위헌요소를 없애고 대신 1인2표제를 얻어내는 방안이 이달 초부터 깊이있게 검토됐다" 고 말했다.
1인2표제는 김대중 대통령의 '전국정당화론' 과 결부된 것이어서 민주당측은 이 문제만은 물러설 수 없었다.
또 선거구획정위에서 만든 의석수 감축안(26개 축소)보다 다소 덜 줄이더라도 그 책임을 한나라당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여당으로서는 크게 불리할 게 없었다는 것이다.
빅딜안 자체를 부인하는 박상천 민주당 총무도 "1인2표제를 도입하고 석패율제와 2중등록제는 실시하지 않기로 대충 합의가 됐다" 고 말했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도 "여당이 주장하는 1인2표제를 받고 의석수를 16개만 줄일 경우 별로 손해가 아니다" 고 설명했다.
빅딜이 성사될 경우 살아나는 16개 지역구 중 상당수가 한나라당에 승산이 있는 곳이라는 게 한나라당측 분석이다. 1인2표제에 따른 부담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여 희석시킨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현재로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 아니냐" 고 반문했고, 민주당의 한 의원도 "현행선거법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 는 반응을 보였다.
표면적으로는 빅딜을 거부하고 있는 자민련 역시 수도권 의원들이 연합공천을 강하게 원하고 있어 수도권 지역의 연합공천이 보장되면 수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 당(黨)이 충청도 당이냐" 며 "수도권 의석 확보를 위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총무간의 협상이 타결 직전까지 갔음에도 불구하고 각 당 지도부는 쉽게 수락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한나라당 이부영 총무는 이날 오전 총무회담에 앞서 이회창 총재에게 빅딜안을 보고했지만 "1인2표제는 절대 안된다" 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李총재는 수정안에 대한 표결로 가라는 입장" 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옥두(金玉斗)민주당 사무총장은 "한나라당은 협상 실무자가 1인2표제를 수용하겠다고 해놓고 또 지도부가 틀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 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