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 이창호-조선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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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白은 일방가에 묶이고 黑은 사방이 열려

제2보 (22~42)〓21은 삭감의 급소여서 이창호9단도 고민에 잠긴다. 흑 ▲한점은 잡자니 작고, 놔두자니 불안하다. 검토실에선 그래도 '참고도1' 의 백1처럼 두는 게 기세라고 한다. 흑2의 연결이 근사하지만 3으로 밀면 멀고도 긴 싸움이 된다는 것이다.

李9단은 6분 만에 22의 안전을 택했고 23은 기분좋은 젖힘이 됐다. 백은 26까지 잡았으나 장차 '가' 로 끊기면 남는 게 없다.

하지만 여기서도 이론(異論)이 등장한다. 상대방이 강한 곳에 가까이 가지 말라' 는 기리(棋理)대로 23은 '참고도2' 처럼 두어야 한다는 것. 그러자 곧장 반론이 나온다.

바둑은 선수가 중요한데 이건 후수이고 또 두점머리를 자청해 얻어맞고 있으니 기리에 어긋난다는 것. 바둑의 이치는 이처럼 언제나 상대적이다.

그러므로 상수들은 논리를 초월하는 감각의 세계를 높이 친다. 趙9단은 25까지 압박한 다음 27부터 재차 압박해 상변의 백을 중복으로 만들어 갔는데 이 일련의 감각이 훌륭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백은 상변의 일방가?묶인 대신 흑은 사방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것으로 흑은 대세 장악. 41로 달려나오자 42로 끊었다.

흑의 다음 한수는 어디일까.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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