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오바마의 신아시아 정책 구상을 주목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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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도쿄 시내 산토리홀에서 아시아 정책에 관한 역사적인 연설을 했다. 미국과 함께 ‘G2’로 떠오른 중국과의 관계를 비롯, 한국·일본 등과의 동맹관계, 북핵 문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 등 아시아인들이 궁금해하거나 관심을 가질 만한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의 ‘신(新)아시아 정책 구상’을 담은 산토리홀 연설은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와의 협력과 유대를 강조한 기념비적 연설이라고 본다. 균형 잡힌 사고와 접근이 돋보인 연설에서 제시된 구상이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가장 중요한 중국과의 관계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지 않을 것이며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실용적 협력을 추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21세기의 문제는 어느 국가도 홀로 대처할 수 없고,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력해 대처할 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글로벌 이슈에 대해 서로 협력하는 실용적 동반자 관계를 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국과의 대화에서 미국이 소중하게 여기는 근본가치를 분명히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유·인권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중 간의 깊은 관계가 양자동맹의 약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함으로써 미·중 접근에 대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의 불안감 해소에도 역점을 뒀다. 어떤 경우에도 한국·일본·호주·태국·필리핀 등 동맹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공약이다. 특히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를 내세운 일본 민주당 정부를 의식, 평등과 상호존중에 바탕을 둔 동맹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북한을 6자회담과 비확산 체제로 복귀시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이며, 북한이 이에 응할 경우 지금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원칙과 핵 없는 북한의 비전을 재확인했다고 본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로서 미국은 이 지역의 미래상을 정립하는 논의에 전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특히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한·중·일 및 인도·호주·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의 협력 관계를 기대한다고 밝혀 EAS를 통한 동아시아 공동체 논의 참여가 미국의 입장임을 드러냈다. 동아시아 통합 논의에 관한 미국의 스탠스를 분명히 한 효과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미국의 소비와 아시아의 수출로 세계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글로벌 균형 성장을 강조한 것은 한국·중국 등 수출의존형 국가들로서는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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