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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희소금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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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콩고의 고릴라는 왜 휴대전화를 싫어할까. 수수께끼를 풀 힌트는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에서 생산되는 콜탄이라는 광물에 있다. 콜탄에선 탄탈륨이 나오고, 휴대전화에는 전류 흐름을 제어하는 탄탈륨 소재 부품이 들어간다. 휴대전화를 많이 만들수록 탄탈륨 소비도 덩달아 늘어난다. 문제는 탄탈륨이라는 게 생산량이 매우 적고, 생산 지역이 편중된 ‘희소(희유)금속’이라는 것이다. 콩고 동부에 콜탄이 매장돼 있는 게 밝혀지면서 사람들은 고릴라 서식지를 불태우고 땅속을 파헤쳤다.

탄탈륨 부품은 전자기기에 거의 다 들어간다. 콩고와 주변 8개국이 뒤엉킨 ‘아프리카판 세계대전’은 종종 ‘플레이스테이션(PS) 전쟁’으로 불린다. 2000년 봄 게임기 PS2를 선보인 소니는 그해 크리스마스 때 제품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탄탈륨 부족 때문이었다. 파운드(약 454g)당 50달러를 밑돌던 탄탈륨 값은 2001년 초 27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런저런 구실로 내전에 개입했던 외국군대는 돈이 되는 콜탄에 눈독을 들이고 콩고를 떠나지 않으려 했다. 게임기의 인기가 아프리카 오지의 전쟁을 부추긴 셈이다.

전략물자인 희소금속은 첩보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티타늄이 그랬다.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은 SR-71이라는 초음속 정찰기를 개발하면서 기체 소재를 티타늄으로 정했다. 음속 3배로 비행할 때 표면에 발생하는 고열을 견뎌낼 금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도가 낮은 미국산은 쓸 수 없었다. 결국 중앙정보국(CIA)의 도움을 받아 품질이 좋은 적국 소련의 티타늄을 대량 구입해 썼다. 이러한 티타늄의 쓰임새는 소련 과학자의 공식을 빌려 스텔스기를 개발했다는 사실과 함께 ‘바보 소련’이 절대 알아서는 안 되는 냉전 시대 최고의 기밀이었다.

중국은 ‘산업 비타민’으로 각광받는 희소금속의 무기화를 일찌감치 예고했다. 1992년 개혁·개방 설계사 덩샤오핑은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큰소리쳤다. 중국은 최근 희토류를 포함한 희소금속을 전략 물질로 규정해 수출을 엄격히 통제한다.

‘바보 나라’가 사라지면서 30여 종의 희소금속은 자원무기로 변하고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도 한국에는 정확한 수요와 공급 통계조차 없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확보·비축·재활용 등 3단계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희소해서 더욱 참신한 희소금속 대책을 기대한다.

허귀식 경제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