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장관 방북의미] 親韓 일변도 탈피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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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북한 방문은 "3월 선거에서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체제의 신아시아정책, 신한반도 정책의 시작" 이라고 러시아측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러시아는 중국.인도 등과 전략적 동반자관계 구축을 통해 미국의 유일 패권국적 지위에 대응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아시아의 가장 약한 연결고리이자 북.미, 북.일교섭이 급류를 타고 있는 동북아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일 필요가 생겼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한국과 수교한 이후 여섯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을 가져왔다. 그러나 북한과는 공식적으로 차관급 교류만을 유지해 왔다.

경제실리를 우선했던데서 온 한국 편향외교였고, 그 결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스스로 죽이는 정책적 우(愚)를 초래했다는 내부적인 비판이 비등했었다.

러측의 한 전문가는 "이번 방문은 1991년 한.소 수교 이후 전개된 한국 중심의 한반도정책이 남북한 균형 및 등거리 외교로 전환되는 신호탄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북.러 양측이 "97년 1월 그리고리 카라신 차관의 평양방문, 97년 6월 북한의 이인규 외무성 부부장의 모스크바 방문, 아태국장급 교류, 기타 고위급 사절의 비밀교류(99년 하반기 김영남의 모스크바 비밀방문설 등)를 통해 양국간 현안과 상호협력에 관한 기본원칙을 합의한 것으로 안다.

이번 방문은 이런 부분별 협의의 마무리로 보면 된다" 고 설명했다. 따라서 사절단도 소련 붕괴후 최대 규모인 33명이다.

물론 이바노프 장관은 북한 방문 직후 일본으로 가 평화조약 체결문제 등을 논의한다.

현재 러 외무장관 방북의 최대 현안은 양국관계를 새롭게 규정할 신우호협력조약 체결이다. 이 조약에선 한국측이 요구해 온 자동군사개입조항은 빠졌다고 한다. 대신 북한을 달래기 위한 각종 협력방안이 천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으로는 ▶북.러간 고위급 상호방문과 회담의 정례화, 경제적으론 ▶북한의 옛 소련에 대한 채무 60억달러에 대해 상환을 유예해주거나 탕감하는 내용일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북.러 국경개방과 국경무역 확대▶나진.선봉지구 개발 참여▶두만강 개발사업 참여▶사실상 중단됐던 양국간 경제과학기술협력위원회의 적극 가동 등이 예상된다.

북한의 에너지난 해소를 위해 러 정유회사 유코스사를 통한 디젤유 공급, 유전개발과 북한 정유공장 개보수, 벨로루시 기술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유전개발작업에 대한 러측 참여 등도 논의될 수 있다. 유코스사는 99년 4월 23일부터 북한을 비밀리에 방문한 바 있다.

모스크바〓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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