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즘 부활하나… 극우정당 급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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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유럽에 나치즘의 망령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선 신(新)나치의 냄새를 짙게 풍기는 극우정당이 연립정권에 참여할 태세다.

스위스에서도 극우정당이 제2당으로 급부상했다. 나치즘의 종주국 독일에서는 신나치 추종자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그들이 야기하는 폭력사태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이같은 움직임에 히틀러의 악몽을 잊지못하는 유럽연합(EU)회원국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 오스트리아.EU 갈등〓EU는 지난달 31일 극우정당을 연립정권에 참여시키려는 오스트리아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관계 단절을 비롯한 각종 제재가 포함됐다.

회원국에 대한 경고조치로는 43년 전 유럽공동체(EC:유럽연합의 전신)출범 이후 가장 강도 높은 것이었다.

긴장은 오스트리아의 극우정당인 자유당이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52석을 차지, 제2당으로 부상하면서 비롯됐다.

사민당은 65석을 얻어 원내 제1당이 됐지만 의석 과반수를 넘기지 못해 그동안 정권을 구성하지 못해왔다. 4개월여에 걸친 권력 공백을 마무리하기 위해 사민당은 자유당과의 연정을 모색했다.

EU는 물론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즉각 반발했다. 자유당이 총선에서 EU 범위 확대 등 EU의 각종 정책에 반대하고, 반이민정책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극우성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사민당측은 "오스트리아에 신나치주의의 우려는 없다" 며 자유당 당수인 외르크 하이더를 두둔하고 나섰지만 주변국들의 우려를 불식하는 데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하이더는 EU의 경고에 대해 내정간섭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 "자유당은 국익을 위해 연정을 구성할 것" 이라고 못박았'있다.

◇ 신나치주의자 확산〓독일의 신나치주의 추종자들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독일 헌법수호청에 따르면 1997년 4만8천4백명이던 신나치 추종자들은 98년말 5만3천6백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99년말 현재 7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터넷의 보급 확대가 이들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인터넷상에는 3백20여개의 독일 신나치주의자들의 사이트가 개설돼 있다.

이들의 인터넷 사이트는 동조자를 모집하거나 자금을 모금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제폭탄 제조방법을 제시하거나 테러.살인을 지시하기도 한다.

신나치 추종자들이 일으킨 폭력사태는 98년 한햇동안 8천2백건에 이르러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 유럽 극우세력의 부상〓신나치즘의 발호는 최근 유럽에서 불고 있는 우경화 바람과 무관하지 않다. EU 15개국 가운데 좌파 성향의 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독일.영국.오스트리아.덴마크.핀란드.그리스.이탈리아.네덜란드.포르투갈.스웨덴 등 11개국. 그러나 지난해 6월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좌파 진영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우파 진영에 열세를 보였다.

유럽의회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벨기에 총선에서 중도좌파 연립정권은 참패했다.EU 밖에서도 스위스는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이민 규제와 유엔.EU가입 거부 등을 내세운 극우정당인 스위스인민당이 제2당으로 도약했다.

슬로바키아에서도 '여성 하이더' 라 불리는 안나 말리코바 국민당 당수가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이들 극우정당들이 최근 경제난과 고실업, 전통정당들에 대한 불신을 틈타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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