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 단체급식 밀도살 고기 사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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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 K초등학교는 지난해 서울 마장동 한 유통업체로부터 쇠고기 8t을 사들여 단체 급식에 썼다.

어린 학생들의 점심 식사용이기 때문에 품질이 중.상 등급 이상인 고기로 주문했다.

하지만 실제 공급된 것은 정식 도축장을 거치지도 않은 비위생적인 저질 고기였다.

서울시내 초등학교 단체급식에 밀도살되거나 변질 우려가 큰 저질 쇠고기가 대량 공급돼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축협중앙회가 직영하는 유통업체의 대리점에서도 저질의 쇠고기를 학교에 납품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31일 축산물 등급판정확인서를 위조해 폐기처분되거나 등급이 낮은 쇠고기를 상위 등급인 것처럼 속여 서울시내 98개 초등학교에 공급해온 혐의(사기 등)로 禹모(54.G유통 대표)씨 등 7개 유통업체 대표.직원 등 5명을 구속했고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禹씨는 지난해 3월부터 밀도살된 젖소나 낮은 등급의 수입육 50t을 쇠고기 도매업자로부터 구입한 뒤 쇠고기 등급판정확인서 4백장을 위조해 K초등학교 등 13개 학교에 납품해 5억6천만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납품시 축협중앙회 소속 축산물 등급판정사가 발행하는 등급판정확인서를 사본으로 제출해도 되는 점을 이용, 확인서에 종이를 덧붙인 뒤 등급에 맞게 발급번호.일자.품명 등을 적어넣는 수법을 썼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7개 유통업체 중에는 축협중앙회에서 공급하는 쇠고기만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진 M사의 대리점이 포함돼 있어 저질 쇠고기가 광범위하게 유통됐을 가능성이 크다" 고 밝혔다.

경찰은 일부 등급판정사들이 돈을 받고 허위 확인서를 작성해 주었다는 정보에 따라 이들의 개입 여부도 수사 중이다.

◇ 문제점〓밀도살된 고기는 언제, 어떻게 도축.유통됐는지 모르기 때문에 위생상태의 검증이 불가능해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축산물 등급판정소는 쇠고기를 육량.육질에 따라 13개 등급으로 나누고 있는데 이번에 적발된 업자들이 공급한 것은 대부분 최하위인 D등급 고기다.

이 등급은 육질이 현저히 떨어져 가정에선 거의 쓰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현재 학교급식의 납품방식이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업자들이 과당경쟁을 벌이면서 저질 고기가 학교의 식단에 오르고 있다" 고 말했다.

등급판정확인서를 진본이 아닌 사본으로 제출해도 가능토록 한 점도 불법유통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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