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도시 경쟁력이다 <4> J리그 명문 레즈 연고지 ‘우라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9면

우라와역 맞은편 이세탄백화점 앞에 걸린 우라와 레즈 선수단의 대형 사진. ‘Devotion to URAWA(우라와에 헌신을)’라는 글귀가 선명한 이곳은 시민들의 약속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우라와=정영재 기자]

“우라와 레즈는 단순한 축구팀이 아닙니다. 그들과 우리는 한 가족입니다. 성적이 좋든 나쁘든 함께할 수밖에 없는 공동운명체입니다.”

우라와 역 앞의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야마자키(비뇨기과 의사)의 말이다. 우라와 사람들에게 축구팀은 취미가 아니라 일상이자 사명이다. 우라와 도심의 크고 작은 가게 입구에는 ‘Devotion to URAWA’(우라와에 헌신을)라고 새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우라와(浦和)는 인구 40만 명 남짓한 중소도시였다. 700만 명이 사는 사이타마현의 수도(현청 소재지)지만 큰 기업체도, 이렇다 할 관광지도 없는 밋밋한 도시였다. 도쿄 북쪽에 위치한 우라와는 도쿄에 직장을 둔 사람들이 사는 ‘베드 타운’이었고, 그래서 경제·문화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았다. 우라와의 자랑은 축구의 뿌리가 깊고 일본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고장이라는 정도였다.

1993년 프로축구 J-리그가 출범하면서 우라와의 운명이 바뀌었다. J-리그에 가입한 팀들이 연고지를 찾는 과정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이 우라와를 점찍은 것이다. 인구는 많지 않지만 주민들의 축구 사랑이 남다른 곳이어서다. 우라와 시민들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드디어 ‘우라와 레즈’가 탄생했다.

우라와 시에서는 축구단을 위해 아낌없는 행정 편의를 제공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응원단을 구성했다. 3명 이상이 모여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서포터스 클럽이 2008년 현재 3410개, 회원은 1만2382명이다. 이들과 별개로 재정적인 도움을 주는 후원회가 있다. 개인 회원이 1만378명, 법인 회원이 411개에 이른다.

선수들도 성적으로 보답했다. 우라와 레즈는 2006년 J-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다음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우라와 레즈는 일본을 넘어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팬층을 가진 클럽이 됐다. 바르셀로나(스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등 세계 최고 클럽들이 와서 친선경기를 했다. 사이타마시 스포츠기획과장 엔도 슈이치는 “우라와 레즈를 통한 도시 홍보 효과는 2008년 기준 127억 엔(약 163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경제 효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의식의 변화다. ‘콤플렉스’에 눌려 있던 시민들이 축구단을 통해 ‘프라이드’를 갖게 됐다. 지금은 일본 어디에서든 “우라와에서 왔다”고 하면 “아, 그 축구 잘하는 우라와”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고 한다.

우라와는 2002년 오미야·요노와 합쳐 사이타마시가 됐다. 우라와 레즈 축구단 경영기획실의 시라토 히데카즈는 “현재 사이타마시는 인구 증가율이 일본 내 3위에 이르고, 특히 젊은층의 유입이 많다. 역량 있는 축구단과 열성적인 시민, 헌신적인 시 행정이 만나 도시를 젊고 역동적인 삶터로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우라와=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