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코스닥 인프라 확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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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코스닥 덕분에 대기업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

최근에 만난 한 중소기업 사장의 말이다.

전시사업을 하는 이 사장은 지난해 자신의 회사가 코스닥시장 덕분에 달라진 위상의 차이를 절감하고 있다.

무엇보다 높게만 보였던 은행의 창구를 서성거릴 필요가 없어졌다.

그전에는 생각도 못할 엄청난 자금을 직접금융시장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

인재 확보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꿈도 못꿨던 소위 일류대 출신들이 줄을 이어 지원하고 있다.

이 기업의 사례처럼 지난해 코스닥 시장의 활황은 우리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런 모든 변화는 바로 시장의 힘에서 나왔다.

독창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라는 기업 고유의 가치만 있다면 막바로 시장에서 그 가치를 평가받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자금과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말로만 떠들어왔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균형발전이라든가 산업구조의 고도화 등 우리경제가 안고 있던 과제들이 시장의 힘에 의해 순식간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시장도 달라졌다.

지난해 거래대금이 그 전해보다 5백배가 늘었다.

거래소 시장의 절반수준이다.

세계적으로도 지난해 12월기준으로 14위다.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인 홍콩시장이 17위, 일본의 오사카 시장은 20위에 그친 상태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겪으며 우려되는 것은 코스닥 시장이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질적 변화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코스닥 관리 운영주체인 ㈜코스닥증권시장은 사장포함 직원수 38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설비도 취약해 매매체결 지연 등 시장의 기본적인 기능마저 장애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시장의 주역인 기업과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조치도 강화돼야 한다.

이는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다.

한때 큰 성장세를 탔으나 이런 기본적인 투자의 뒷받침이 없어 사그라든 일본의 자스닥 시장을 '반면교사' 로 삼아 이 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기본 인프라의 구축에 나서야 할 때다.

강정호 <㈜코스닥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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