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관련 ‘문어발 비리’ 무기중개업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탈세와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시작된 무기중개업체인 일광공영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11일 검찰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일광공영이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가격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군 기무사령부 이전’ 사업과 관련해 기밀 자료 유출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지난 6월 말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가 이 회사의 서울 삼선동 본사에서 압수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났다.

일광공영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러시아제 무기 도입 사업(불곰사업)에 참여해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주목을 받아 왔다. 이 회사는 사업 과정에서 김대중 정부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군 검찰은 1000억여원을 들여 터키의 H사로부터 EWTS를 도입하는 사업과 관련해 이를 중개하는 일광공영이 가격을 임의로 부풀린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검찰은 일광공영이 2002년에도 H사와의 3000만 달러에 달하는 ‘CN-235 시뮬레이터’(지상에서 조종사 기량향상 훈련을 할 수 있는 항공기 모의 훈련 장비) 도입 사업에 참여한 사실을 확인했다.

EWTS는 적의 요격기와 지대공 유도탄, 대공포 등 대공 위협으로부터 조종사의 생존 능력을 높이는 전자방해 핵심 훈련장비다. 이 사업은 2007년 부터 방위사업청이 주관해 왔으며 올 4월 15일 H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군 검찰은 또 군 기무사령부 이전 신축 공사와 관련된 비밀설계 도면이 담긴 CD가 통째로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그 경위를 수사 중이다. 현장사무소 관계자가 이 CD를 적법 절차 없이 대우건설에 넘긴 것이다. 군 검찰은 이 CD가 일광공영 사무실【� 발견된 것으로 볼 때 유출 과정에서 일광공영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 경기도 과천시 주암동 신청사로 옮긴 기무사는 대우건설이 이전 공사를 맡았다. 기무사 건물은 원격 감시·경계시설, 자동화된 시설관리로 각종 위기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특수 설계됐다.

군 검찰은 EWTS 사업과 관련해 방위사업청 담당자와 일광공영 직원을 곧 소환키로 했다. 또 기무사 신축 공사 자료 유출과 관련해 현역 중령을 포함한 사업단 관계자와 대우건설 측 인사 20여 명을 상대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일광공영 측은 “회사를 압박해 지난 정권 인사들과의 관련성을 캐낼 목적으로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일광공영 대표 이모씨를 네 차례 소환해 탈세한 70여억원 중 일부를 조세도피처로 자주 이용되는 카리브해의 섬 바베이도스로 빼돌린 혐의를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