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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법대, 신입생 선발 ‘공들인’ 효과 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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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올해 치러진 사법시험에서 고려대 법대가 서울대 법대를 제치고 처음으로 합격자 배출 1위에 올랐다. 사시 합격자 수에서 고려대 법대가 서울대 법대를 누른 건 개교 이래 처음이다.

11일 고려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발표된 사시 2차 합격자 1009명 중에서 고려대 법대 출신은 155명이었다. 이는 전체 합격자의 15% 수준이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합격자는 153명으로 고려대 법대 출신보다 2명이 적어 2위로 밀렸다. 이어 연세대(101명)와 한양대(68명)·성균관대(66명)·이화여대(43명) 법대 출신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학 입시 관계자들은 고려대 법대가 서울대 법대를 누른 것은 입시 전략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대는 2000년대 들어 대원외고를 비롯한 특수목적고 학생을 대거 유치했다. 내신성적 비중이 높은 서울대와는 달리 고려대는 수능성적 중심 전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신입생을 뽑아 내신이 불리한 특목고생들이 많이 지원했다는 것이다. 사법시험에서는 최근 5년 사이 대원외고 학생만 매년 30~50명이 붙을 정도로 외국어고 열풍이 거세다.

청솔학원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법대를 목표로 공부했던 최상위권 학생 중 상당수가 서울대 법대를 포기하고 고려대 법대를 진학했다”며 “고려대 법대 출신의 사시 합격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학교 노력의 힘이 컸다는 입장이다. 이 대학에서 사법시험 준비생을 지도·관리하는 정승환 법대 교수는 “2002년부터 법대 입시의 커트라인이 높아지면서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들어왔다”며 “전임 교수들이 사시에 대비한 특강을 늘리는 등 학교 차원의 노력도 컸다”고 말했다.

서울대 법대 측은 의미를 축소했다. 이 대학 법대 정상조 교수는 “서울대 법대 정원이 고려대 법대보다 적기도 하고 서울대의 경우 내신성적을 우선해 신입생을 뽑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며 “로스쿨을 만든 상황에서 출신 학교별로 합격률을 따지는 건 구시대적인 평가 방법”이라고 말했다. 고려대와 서울대의 법대 정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223명과 205명이다.

올해 사법시험에서 학과별이 아닌 대학별 합격자 수는 서울대가 249명(25%)으로 가장 많고, 고려대 174명(17%)·연세대 119명(12%)·한양대 69명(6.8%) 순이다. 올해 사법연수원 40기로 입소한 사시 합격생의 경우 출신 고교가 대원외고(37명), 명덕·한영외고(각 20명) 순서일 정도로 특목고 출신이 많았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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