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유전성 질환 걱정 '선별검사'로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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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출생직후 선별검사(screening test)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선별검사란 태어난 신생아 모두를 대상으로 이상 유무를 검사하는 방법.

유전성 대사질환.선천성부신 과형성증.선천성갑상선기능저하증 등 일반인들에게는 비교적 낯선 질환들이 검사대상이다.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소아과 유한욱교수는 "이런 질병들은 생후 48~72시간이내에 선별검사로 조기진단이 내려져 늦어도 생후1개월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면 정상아로 자랄 수 있다" 고 설명한다.

발육이 유난히 늦은데다 피부빛과 머리카락 색이 유난히 밝아 병원을 찾은 A군(12개월). 대표적인 유전성 대사질환인 페닐케톤뇨증으로 진단을 받았지만 정상아로 자라기엔 이미 치료 시기를 놓친 상태다.

이 병은 체내에서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는 과정에 필요한 효소가 제대로 작동을 못해 페닐랄라닌이란 물질이 몸에 축척되는 병. 태어날 때 정상아로 출생하며 출생후 특수분유를 먹으면 정상아로 성장한다.

하지만 A군처럼 방치한 채 첫돌무렵이 되면 이미 지능지수(IQ)가 50 이하로 떨어진다.

유교수는 "이 병은 발생빈도가 태어나는 아이 7만명중 한명꼴에 불과하나 조기진단.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므로 선별검사가 필요하다" 고 강조한다.

실제로 국내에선 이런 특수 질병의 선별검사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환자 대부분이 손 쓸 수 없는 상태에서 진단을 받고 있다.

유전성 대사질환이란 먹은 음식물을 대사하는데 필요한 효소가 선천적으로 부족해 발생하는 병이다.

제대로 대사되지 못한 물질은 간.뇌.신장 등에 쌓여 지능저하.발육장애.간경화 등 각종 장애를 유발한다.

A군의 병인 페닐케톤뇨증 이외에도 현재까지 밝혀진 유전성 대사질환은 약6백여종. 이중 현재 국내에선 비교적 빈도수가 높은 여섯종류의 질병에 대해선 선별검사가 가능하다.

이런 질병들은 대부분 부모 모두가 보인자를 갖고 열성유전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형제간 재발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첫 아이가 환자일 경우 둘째 아이부터는 태아기때 양수검사등을 통해 이에 대한 산전검진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호르몬 불균형이 원인인 선천성 질환들도 출생직후 선별검사가 필요하다.

가장 흔한 선천성 부신 과형성증은 부신피질호르몬이 형성되는 과정의 효소가 결핍된 질병. 태어날 때 피부색이 까맣고 여자아이는 생식기 모양이 남.여 구분이 모호한 것이 특징이다.

이 역시 조기진단.치료를 하면 정상적인 발육이 가능하다.

선천성 갑상선기능저하증도 생후 3일께 선별검사가 필요한 질병. 서울대의대 소아과 양세원교수는 "선천적으로 갑상선호르몬 합성에 문제가 있어 발생하는 병인데 조기진단.조기치료만이 지능 박약.발달 장애 등의 심각한 장애아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고 들려준다.

치료는 부족한 갑상선호르몬을 투여하면 되지만 '늦어도 생후 한달이내에 시작해야 하며 '생후 6개월이 지난후 치료를 시작하면 지능지수가 평균 54정도로 낮아진다.

황세희 전문위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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