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반대 명단파문] "정치판 뒤엎을 시민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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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총선시민연대가 24일 발표한 공천반대 인사 66명의 명단을 접한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정치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뜻이 반영됐다" 며 환영했다.

특히 여야 중진의원들이 대거 포함된 것에 대해 "기존 정치권을 향한 유권자의 불만이 잘 반영됐다" 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에선 "시민단체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 "일부 '저질' 정치인이 빠져있어 공정성에 의문이 간다" "한국정치의 수준을 낮추는 '가신' 정치인이나 특정계파의 인물들이 대거 제외돼 있다" 는 등 우려와 아쉬움을 나타냈다.

◇ 환영〓상당수 시민은 명단 공개가 투표권 행사의 기준을 제시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발전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부 이은영(李恩榮.29.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 "그동안 후보에 대한 정보가 없어 대충 투표했다" 며 "총선연대의 명단이 내 소중한 한표를 제대로 행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고 말했다.

회사원 원종재(元淙載.31)씨는 "총선연대가 권력의 눈치나 외압을 받지 않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본다" 며 "공천반대 인사 발표를 계기로 낙천운동이 낙선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고 주문했다.

서울대 안경환(安京煥.법학)교수는 "국민 의사의 당연한 표현이며, 정치발전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것" 이라며 "여야 중진들이 대거 포함된 것은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을 표현한 시민들의 메시지" 라고 평가했다.

공천반대 명단이 공개된 총선연대 홈페이지(http://www.ngokorea.org)는 이날 오전에만 평소보다 3배 많은 3만여명이 접속하는 등 폭발적 반응을 보였으며,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홈페이지를 찾은 崔봉석씨는 '시민사회의 시작으로 평가될 수 있다' 고 썼다. 또 다른 네티즌은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공개했다는 점에 기쁨을 감출 수 없다' 는 글을 올렸다.

◇ 우려.아쉬움〓이일우(李一宇)변호사는 "선정기준에 대한 국민적 논의 없이 마치 국민의 대변인인양 발표한 것에는 문제가 있다" 며 "더욱이 동교동계 가신 가운데는 권노갑 전 의원 한명뿐이어서 이미 국민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 고 말했다.

박선주(朴善柱)변호사는 "총선연대가 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낙선운동을 펼치는 것에는 반대한다" 고 의견을 피력했다.

회사원 玄모(35.서울 도봉구)씨도 "국회에서 망언을 일삼은 일부 정치인이 명단에서 배제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며 "또 표적사정의 논란에 휘말렸던 인사들이 거의 다 포함된 점도 문제" 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양승함(梁勝咸.정치외교학)교수는 "명단 발표에는 공감하며 적극 지지하지만 선정기준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 이에 대한 공정성 여부에도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며 "총선연대가 계속적인 활동을 통해 또 다른 권력기구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 말했다.

이무영.전진배.박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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