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뇌물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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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4.13 총선을 앞두고 국내 시민단체들이 낙천(落薦).낙선(落選)운동에 나선 가운데 국외 여러나라에서도 굵직한 지도층 비리가 불거지고 있다.

"콜(전 독일 총리)리스트를 공개하라" 느니, "대통령직을 떠나라" 느니 하며 지구촌이 시끄럽다.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장과 부패대책을 살펴본다.

독일 제1야당 기독민주당 지도부는 23일 7시간에 걸친 마라톤회의를 가졌다.

'보스' 였던 헬무트 콜의 비자금사건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지도부의 생각은 콜 스스로 불법자금 기부자 명단인 이른바 '콜 리스트' 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 자칫 불똥이 당 전체로 미칠 파장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만일 기부자 명단이 공개되지 않으면 콜을 고소하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움직임이다.

그러나 정작 콜은 꿈쩍도 않고 있다.

그는 '일반 대중에 공개 불가' 란 토를 달아 "조사위원회에 명단을 넘겨줄 것" 이라고 언급했지만 이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스라엘의 에제르 바이츠만 대통령은 23일 자신의 부패 혐의에 대해 경찰이 공식 수사에 착수했음에도 결코 대통령직을 사임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러자 여야 할 것 없이 "교만하기 짝이 없는 행태" "대통령이 대통령직의 위엄을 손상시키고 있다" 고 성토중이다.

공교롭게도 콜이나 바이츠만 모두 프랑스와 연계돼 있어 흥미롭다.

콜은 이미 사망한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로이나 정유회사의 매각 대가로 엄청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바이츠만 역시 "1983~84년 프랑스인 소유 기업으로부터 자문대가로 연봉 5만달러를 받았다" (이스라엘 TV '채널2' 21일 보도)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구촌을 뒤흔드는 부패 스캔들의 연결고리는 독일.영국으로도 이어진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23일 독일 기민당의 정치자금 스캔들과 관련, 영국 에어버스사의 스튜어트 이들스 전 부사장이 독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에어버스사가 '콜 리스트' 의 하나일 것으로 이 신문은 보고 있다.

뇌물 사슬이 중동과 유럽을 넘나드는 형국이다.

중국에선 건국후 최대 규모인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의 밀수사건으로 대륙전체가 법석이다.

3월 18일 총통선거를 앞둔 대만에서도 쑹추위(宋楚瑜.57.무소속)후보의 아들이 1억4천만달러(약 53억원)어치의 채권을 사들인 것과 관련해 宋이 불법 증여를 통해 거액의 탈세를 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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