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주택가 확성기 시위 소음 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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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경기도 정부 과천청사 앞 운동장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 벌어졌다. 한쪽에선 화물연대 회원들이 시끌벅적한 집회를 열었고 반대편에선 과천 주민들이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한 것이다.

주민들은 "확성기와 꽹과리 등을 동원해 하고한 날 벌이는 시위 때문에 시민과 학생들이 심한 고통을 겪는다"고 호소했으나 경찰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시위 소음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달 하순부터는 이런 심한 시위 소음을 규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지난해 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시위 소음에 대한 규제 조항이 신설된 데 이어 7일 세부적인 소음 제한 규정을 담은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집회나 시위 때 쓰는 확성기 소음은 주거 지역과 학교 주변에서는 주간엔 65dB(데시벨), 야간엔 60dB을 초과할 수 없다.

또 그외 지역에서는 주간 80dB, 야간 70dB을 넘으면 안 된다. 65dB은 통상 바로 옆에서 들리는 큰 목소리로 TV 시청을 방해하는 수준이다.

소음은 피해자가 있는 건물의 외벽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방향으로 1~3.5m 떨어진 지점에서 측정하도록 했다. 통상 확성기를 동원한 시위 현장에서의 소음을 측정한 결과 70~80dB이 나왔다고 경찰 측은 밝혔다.

이러한 소음 기준을 초과하는 시위에 대해서는 경찰이 두세 차례 경고하고 그래도 이를 위반할 경우 확성기를 압수한다.

또 이에 불응하면 집회 주최자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 집회 주최 측이 정한 질서유지인에 대해서는 6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경찰 관계자는 "독일은 소음 관련법을 적용, 주거지역의 경우 소음기준을 주간과 야간에 각각 59dB, 49dB로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도 주별로 소음을 규제하는 법률 또는 조례를 두고 있다. 시카고의 경우 일반주거지역은 55dB, 상업.준공업지역은 61dB이고 워싱턴 DC는 백악관 주변의 소음 허용치를 60dB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위 소음 규제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 향후 집회 현장에서 충돌이 잦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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