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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따라잡기] 독일 뇌물 스캔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독일의 뇌물 스캔들 파장은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가.

지난해 말부터 '각 정파와 언론들의 '폭로전으로 얼룩져온 스캔들의 진행과정과 전망을 짚어본다.

◇ 발단과 쟁점화〓뇌물파동의 시작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민당 재정국장이 스위스의 한 할인점 주차장에서 독일 군수업체인 티센의 무기중개상으로부터 1백만마르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즉각 조사에 들어갔으나 결국 미궁속으로 빠졌다.

이 사안이 재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집권 사민당은 이 사건과 관련해 기민당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무기금수 조치를 해제해 티센사가 사우디에 탱크 36대를 수출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1백만마르크의 커미션이 조성됐다고 주장'하며 기민당 옥죄기에 착수'했다.

이어 콜과 볼프강 쇼블레이 기민당 당수가 불법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파만파로 번졌다.

11월 22일 콜 전총리는 "기민당을 음해하려는 비열한 음모" 라며 비자금 조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하이너 가이슬러 전 기민당 사무총장이 여러개의 당 비밀계좌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11월 30일 결국 콜은 "일부 정치헌금이 비밀계좌로 입금됐다" 고 시인했다.

기민당도 역공을 취했다.

티센사가 국회예산위와 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돈을 줬다는 정보를 흘리고 다닌 것. ' 소수 야당도 가세했다.

귀도 베스터벨레 자민당 사무총장은 무기 금수해제에 사민당의 헬무트 비초레크 하원국방위원장 등도 로비 대상이라고 말했다.

◇ 언론의 폭로전〓언론들은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지난해 12월 기민당이 프랑크푸르트의 한 은행에만 17개의 비밀계좌를 갖고 있다고 폭로했다.

양대 시사주간지 슈피겔과 포쿠스의 공세는 야당에 그치지 않았다.

슈피겔은 1986~87년 콜의 비밀계좌에서 2백75만마르크가 출금되는 등 1980년대에도 기민당이 거액의 비자금을 운용했다고 보도했다.

또 사민당의 라인하르트 클림트 교통장관은 1990년대 초 기업인으로부터 3만마르크 상당의 골동품과 생일파티 비용 2만5천마르크를 제공받았다고 폭로했다.

포쿠스도 사민당의 베스트팔렌주 재무장관이 한 은행에 사적인 항공요금 2만6천마르크를 대납토록 한 사실이 있다고 전했다.

슈피겔은 이 스캔들에 라우 대통령도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 전망〓급기야 검찰은 지난 3일 콜 전총리의 비자금사건에 대한 공식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수사 결과 '로이나 비자금' 의 존재마저 확인될 경우 콜과 기민당은 회생불능의 치명타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콜의 정계은퇴는 시간문제라는 게 독일정계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심지어 마하엘 루터 기민당 원내부총무마저 "최선의 방법은 콜의 은퇴" 라고 요구할 정도로 콜은 친정에서도 외면당하고 있다.

정선구.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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