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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이 '개혁당'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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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다섯번째 새 정당인 새천년 민주당(약칭 민주당)이 20일 정식으로 출범했다.

1995년 창당됐던 새정치 국민회의가 지역대결 구도를 상정한 대선(大選)전략 위에서 창설된 만큼 DJ당.호남정당이라는 한계에 묶여 비록 대통령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의회에서는 제2위의 의석밖에 확보하지 못하는 소수당으로 자민련과 공동정권을 세워야 했었다.

민주당은 그로 인한 정책 추진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전국적인 정당으로 발돋움한다는 게 그 목표다.

金대통령 정부 출범 후의 정국을 돌아보면 정치가 제 구실을 못하고 사회 각 부문의 개혁에 발목잡는 장애물로 전락해 오늘날 낙선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정치구조의 개혁은 우리 정치의 절박한 목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민주당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다.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데다 아직 전국정당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할 만큼 고른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더욱이 창당의 모든 과정을 金대통령과 그의 가신 그룹들이 실질적으로 통괄하고, 주요 당직도 모두 장악함으로써 여전히 DJ당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창당 추진 과정에서 나왔던 '새 피 수혈론(輸血論)' 도 의욕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민주당은 '정치를 살리는' 진정한 개혁적 국민정당을 표방하고 나섰다.

그렇게 되려면 첫째, 당의 공천 과정에서 실질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동교동계 가신이나 옛 야당 출신의 한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를 담보할 인물들이 공천돼야 한다.

둘째, 당의 민주적인 운영이 보장돼야 할 것이다. 당명을 바꾸고 새로운 인물들이 몇명 들어갔다고 당이 바뀌는 건 아니다. 새로 영입한 인물들에게 실질적인 당 운영의 역할이 주어져야 하며 金대통령은 지나친 개입을 피해야 할 것이다.

셋째, 자민련과의 공조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정치 안정을 위해 민주당이 정녕 원하는 것이 독자적인 과반수 안정의석인지, 아니면 자민련과 연합한 공동정권으로서 안정의석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그에 따라 총선 전략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정오에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국민회의를 마감한 대의원들이 2시간 뒤 그 옆 체조경기장으로 옮겨 새 정당을 뚝딱 창당하는 식으로 새 당을 만들어서는 '그 나물에 그 밥' 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새 당이 21세기를 준비하는 새로운 정당의 면모를 갖추고 4.13 총선에서 전국적인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무늬만 바꾼 또 하나의 'DJ당' 이라는 이미지를 벗는 조치들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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