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출마 단체장 '유세용 순시' 눈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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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4.13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출마 공직자 사퇴시한(선거일 전 60일.2월 13일)이전에 읍.면.동사무소 연두순시를 앞당겨 실시하거나 치적을 홍보하는 등 바쁜 모습이다.

법적으로 보장된 자치단체장의 '기득권' 을 최대한 행사하고 있는 셈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이같은 행보를 놓고 현역 의원 등 출마 예정자들은 "직위를 교묘하게 이용한 사전 선거운동" 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서울 종로에서 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부총재와 국민회의 조직책 공천을 놓고 경합 중인 정흥진(鄭興鎭)종로구청장은 지난주부터 관내 19개 동사무소를 하루에 두군데씩 순시 중이다.

지난해보다 1주일 정도 앞당긴 일정이다.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숙원사업 등 건의사항도 챙기고 있다.

서울 성북갑 조직책을 놓고 국민회의 유재건(柳在乾)부총재와 경합중인 진영호(陳英浩)성북구청장은 18일부터 관내 동사무소를 하루에 2~3곳씩 순시해 다음달 9일까지 30개 동사무소 모두를 순회한다는 계획이다.

송석찬(宋錫贊)대전 유성구청장은 지난 17일 주사(6급)이하 직원 15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19일부터 관내 동사무소 순방을 하고 있다.

또 유성구청 인터넷홈페이지에는 '민선 1기 3년의 성과' 란 제목으로 宋구청장의 행정 치적 30건이 올라 있다.

오희중(吳熙重)대전 대덕구청장도 17일부터 동사무소 순시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구청과 달리 대전시내 대부분의 구청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대전시장의 구청 연두순시(26~29일)이후 구청장의 동사무소 순시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이에 대해 자민련 이인구(李麟求.대전 대덕)의원은 "출마예정 단체장들이 직위를 이용, 치밀하고 조직적인 사전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며 "각지에서 행해지고 있는 이런 행태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출마예정 단체장들은 "임기 마무리를 앞두고 업무를 성실히 한 공무원과 구 발전에 협력한 구민들을 표창하고 인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업무" 라고 반박했다.

경북 김천에서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박팔용(朴八用)김천시장은 요즘 '시민의 소리를 듣습니다' 라는 행사를 읍.면.동별로 돌아가며 하고 있다.

다만 朴시장 본인은 총선 출마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서울 송파갑 국민회의 지구당위원장인 김성순(金聖順)송파구청장, 서울 성동을과 구로갑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고재득(高在得)성동구청장.박원철(朴元喆)구로구청장 등은 "공천이 확정되지 않아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은 자제하고 있다" 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최준호.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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