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 실리와 명분 함께 챙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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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1회 ‘우리 외교를 빛낸 인물’로 선정한 서희를 재조명하는 학술회의가 9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열렸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왼쪽), 이홍구 전 총리(오른쪽) 등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추구하고, 탁월한 협상력과 리더십을 발휘한 고려 문신 서희(徐熙·942∼998)야말로 실용 외교의 전형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고려 성종 때 거란의 침략 위기를 적장 소손녕과의 담판 협상으로 타개하고 나아가 강동 6주를 편입해 영토를 확장한 서희가 한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외교 역량을 발휘한 인물로 재조명됐다. 외교통상부가 ‘우리 외교를 빛낸 인물’ 선정 사업의 1호로 서희를 선정한 것을 기념해 ‘21세기 창조적 실용외교와 서희’를 주제로 9일 개최한 학술회의에서다.

이날 회의에서 박현모 교수는 “서희는 명분을 주고 실리(영토)를 획득했다는 의미에서 현실 외교를 펼쳤다”는 기존의 평가를 반박했다. 국경 확장이라는 실리뿐 아니라 고려의 국제적 위상 고양과 고구려 고토(故土) 회복이라는 명분을 함께 취했다는 이유에서 ‘실리’ 외교가 아닌 ‘실용’ 외교로 재조명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홍 부산대 교수는 “서희가 시대에 대한 소명의식, 지적 능력, 통찰력, 국제감각, 용기, 대화 능력 면에서 탁월했기 때문에 협상력이 더욱 돋보였다”며 “이에 더해 당시 임금이던 고려 성종의 후견으로 국내 정치적 입지가 확고했던 것도 협상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는 2007년 1월 우리 외교 역량 강화 차원에서 ‘서희 외교 아카데미를 세우자’는 어젠다를 제시한 바 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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