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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감독 꿈꾸는 여중생들의 기발한 UC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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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조민재 인턴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천안여중 미디어동아리 천·미·동 부원인 유수경(3년)·황주희(3년)·김혜진(2년)·유선희(3년)양(왼쪽부터). [조영회 기자]

“선생님, 우리가 찍은 UCC가 영화관에서 상영된다고요?”

천안여자중학교 미디어동아리 ‘천·미·동’(천안여중미디어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제작한 UCC(사용자제작 콘텐트) 괴짜가족이 지난달 열린 ‘제3회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에서 가족상을 수상했다. 청소년 대상인 UCC 부문에 출품해 가족 내 남녀평등이라는 독특한 시선으로 기획부터 제작·편집까지 100% 학생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1일에는 용산CGV 4관에서 진행된 시상식에 참석해 출품작들을 한 편의 영화처럼 재편집한 영상을 관람했다. 괴짜가족 UCC에서 여동생 역과 카메라촬영을 맡았던 유선희(3학년)양은 “완성도에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너희들의 힘으로 3분30초짜리 UCC를 만들었다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씀해줘서 기뻤다”며 “고등학교 진학 전 잊지 못할 추억 하나가 생겼다”고 했다.

표현하는 만큼 성장해

천·미·동 학생들은 매주 수요일 2시간씩 미디어교육을 받는다. 15명의 학생들이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 작동법을 시작으로 동영상편집프로그램까지 배운다. 학업과 병행되는 방과 후 활동으로 미디어에 대한 기초를 배웠다면 본격적인 작품제작은 방학 때 진행되는 미디어캠프에서 이뤄진다.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에 출품한 괴짜가족 역시 미디어캠프 때 만든 작품이다. 지난해 여름방학 미디어캠프에서 남녀평등을 주제로 학생들이 영상물을 제작했다. 3개팀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괴짜가족팀은 가족 내의 남녀평등을 주제로 아들에게는 남자다움을 딸에게는 여자다움을 강요하는 가족을 풍자하는 의도로 제작에 들어갔다. 3분30초짜리 짧은 영상이었지만 아이들은 이틀을 꼬박 새웠다. 서툰 솜씨지만 팀 구성원 전체가 연출·연기·촬영·편집까지 동원됐다.

미디어캠프에서 천·미·동 아이들을 지도했던 강승원(28·미디어로그 소속) 강사는 “제작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모인 의견들을 조절해 창의적인 작품으로 완성했다”고 말했다.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역시 강 강사의 제안으로 참가하게 됐다. 그는 “가족영상축제인 만큼 가족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 아이들에게 출품해 보자”고 제안했다. 편집기술이나 내용면에서 전문가는 아니지만 친구들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영상으로 옮겨 표현했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갖는다.

영상으로 말하는 우리 이야기

천·미·동은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사업이 시작되면서 만들어져 4년째 활동 중이다. 김영목(40·여·지역사회교육전문가) 지도교사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스토리텔링과 올바르게 미디어를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학교와 학교 주변의 변화와 모습을 동영상에 담기 위해 자신의 주변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3년째 천·미·동 활동을 하고 있는 윤은현(3학년)양은 “처음에는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작품으로 만들어지는 게 신기했다. 요즘엔 우리 작품이 상까지 받으니 들떠있다”고 말했다. 윤양은 “친구들과 모여서 영상을 만들고 제작하는 과정에서 흥미를 느껴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도 가지게 됐다”고 했다. 김 교사 역시 “천·미·동의 다른 학생들도 청소년기의 상상을 영상으로 옮겨보는 활동을 통해 성장해 가는 모습이 눈에 띄게 보인다”고 말했다.

천·미·동 활동의 대미는 매년 가을 학교축제 천향제 때 열리는 상영회다. 상영회를 통해 1년간 천·미·동의 활동모습이 소개된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플루 때문에 천향제가 취소되면서 상영회도 못하게 됐다. 아쉬운 마음에 아이들은 스스로 졸업작품을 만들어 보겠다는 뜻을 모았다. 졸업반인 권수진양은 “아직 기획단계지만 마지막 작품이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담고 싶은 것들이 많아진다”며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졸업작품인 만큼 3학년 아이들이 주인공인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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