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자리 금리시대 정말 오나…새해들어 10%대 이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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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장기금리가 연일 오름세를 지속하자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9.95%로 마감했던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새해 들어 연6일째 오르며 지난 5일 이후 10%대를 유지, 두자릿수 금리시대가 다시 오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주식시장도 미국 금리인상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매도세로 12일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 통화정책의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적어도 지표금리에 관해선 그렇다. 지난해 금융시장 불안의 와중에서 금리가 한자릿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채권안정기금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채안기금의 매수강도가 부쩍 낮아진 데다 조기 해체설까지 나오고 있어 시장에는 기금해체 후 매수세 실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일 전철환 한은 총재가 "1월에도 콜금리를 올리지 않겠다" 며 금리인상설을 재차 부인했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이날도 올랐다.

장기금리가 계속 오르는 것은 아직까지는 기업들의 자금수요 때문이 아니라 향후 채권 수급불안과 정치적인 불안이 더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당장 가시권 안에 있는 수급불안 변수로는 오는 2월 8일부터 시작될 대우채권 편입펀드의 95% 환매허용이다.

또 오는 4월부터는 은행권이 지난해부터 판매한 단위형 금전신탁의 만기가 돌아오는 등 채권매물이 겹겹이 포진해 있다.

이런 가운데 채권시장엔 단기 시세차를 노리는 자금들이 콜금리 등 단기채권상품에만 몰려 들어 장.단기금리 차이가 계속 벌어지는 현상마저 생기고 있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거시경제 흐름에 맞춰 단기금리를 올리지 않는 한 장.단기 금리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 얼마나 오를까〓LG경제연구원의 김민태 부연구위원은 "2월 환매사태에 따른 단기적 인상요인 외에도 총선 이후 인플레 압력이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고 투자수요 증가에 따른 대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하반기중 금리상승이 불가피하다" 고 진단했다.

하지만 금리가 폭등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들이 많다. 올해도 직접금융시장이 활기를 띨 가능성이 큰 데다 정부가 금리안정책을 지속적으로 펼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대폭 올리고 주식시장이 침체국면으로 들어설 경우 금리가 얼마까지 치솟을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경기회복에 따른 금리 오름세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도 정책금리를 언제까지 인위적으로 눌러 놓을 수는 없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인상 움직임은 통화당국에 좋은 빌미를 제공할 것이다"

한 증권사의 동향분석실장은 향후 시중 금리의 완만한 상승을 전망하며 "연초부터 실세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은 채권안정기금을 통해 억지로 관리해온 지표금리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이라고 통화당국의 현실을 무시한 금리정책을 꼬집었다.

임봉수.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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