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피노체트 석방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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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런던.산티아고〓외신종합, 이상언 기자]칠레의 전 독재자 피노체트가 풀려나게 됐다.

영국 정부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84)의 건강 진단 결과 그가 재판을 받기 어려울 만큼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가택 연금을 해제키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영국 주요 언론들은 피노체트가 머지않아 칠레로 되돌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내무부는 "4명으로 구성된 의료진이 지난 5일 7시간동안 피노체트의 건강을 진단한 결과 그가 재판을 받기에 적합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이런 입장이 바뀌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 밝힌 것으로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영국 내무부는 피노체트를 스페인에 인도하는 절차를 중단할 방침이다.

잭 스트로 영국 내무장관은 "신병처리에 관한 최종 결정은 칠레 당국과 함께 그의 인도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스페인.프랑스.국제사면위원회(AI) 등 여러 인권단체의 주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 이라고 말했다.

칠레의 인권단체와 야당인사들은 즉각적인 비난 성명을 내고 피노체트의 구속 재판을 거듭 촉구했다.

해외망명 칠레인들의 단체인 '민주 칠레' 의 대변인 카를로스 레예스는 "피노체트가 사법의 정의로부터 빠져나갈 것이라는 데 전율을 느낀다.

칠레에는 현재 그보다 나이가 많고 건강이 더욱 좋지 않은 고문 희생자들이 많다" 고 말했다

그러나 피노체트의 인도를 영국측에 요구해왔던 스페인 정부는 "이번 결정을 존중할 것" 이라고 밝혔다.

칠레 정부도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한 뒤 "영국 정부의 인도주의적 조치를 환영한다" 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피노체트 본인은 영국 정부의 이런 결정에 즉각 환영의사를 표시했다.

피노체트의 오랜 친구인 대처 전 영국 총리도 "내무부의 결정을 존중한다" 고 말했다.

1973년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뒤 90년까지 17년 동안 군부 독재를 감행한 피노체트는 98년 10월 치료차 방문했던 영국에서 체포됐다.

당시 그는 스페인.프랑스.스위스 등의 사법기관으로부터 살인.납치.고문 등의 반인륜적 범죄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피노체트 영국 도착후 일지]

◇ 1998년

9월22일〓영국 도착

10월16일〓영국경찰 체포

11월25일〓영국 법원 면책특권 불인정, 스페인에 범죄인 인도 착수

12월10일〓피노체트 재정신청, 재심리 착수

◇ 1999년

3월24일〓영국상원 심사원단 면책특권 없다고 결정

4월15일〓범죄인 인도절차 재개

10월14일〓칠레 정부 석방요구

◇ 2000년

1월5일〓의료진단 실시

1월11일〓석방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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