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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선 100년 철길 6.2㎞ 녹지공원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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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용산선은 개통한 지 100년이 넘는 기찻길이다. 서울 용산역에서 가좌역을 이으며 1960년대까지 사람을 실어 날랐고, 이후에는 석탄 등의 화물을 당인리발전소로 부지런히 날랐다.

화물을 실은 기차가 달리던 용산선의 서강역 부근. 2012년에는 옛 철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철길 산책로’와 ‘잔디광장’으로 바뀌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중앙포토, 서울시 제공]


화물열차가 다니는 철길 옆 자투리땅은 아이들이 뛰어 놀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마실 나가는 곳이기도 했다. 가난한 이들은 철로 주변에서 텃밭을 일궜고, 그 길을 따라 노점과 값싼 식당들이 자리를 잡았다.

용산선이 지나는 홍대 부근에는 ‘기찻길 소금구이 골목’이, 대흥동에는 ‘철둑시장’ 등이 들어서 맛집골목을 형성했다. 시간이 지나며 철도 주변에 높은 아파트들이 솟아났지만 아직도 이 부근에는 오래된 가옥이 많이 남아 있다. 추억이 서린 철길은 2005년 경의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폐선됐다.

경의선 복선전철화사업은 문산역에서 용산역까지 선로를 하나에서 두개로 늘리고 전철이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용산선도 이 사업에 해당돼 2012년까지 용산역~가좌역~DMC역 사이 지하에 새로 철로가 건설돼 전철이 운행될 예정이다. 현재 공정률은 50% 정도다.

이 공사로 일반인의 통행을 막아 풀만 무성한 옛 철길이 2012년에는 사람이 걷는 산책길이 된다. 서울시 오해영 조경과장은 8일 “용산공원, 월드컵공원, 한강워터프런트와 연결되는 서울 서북부의 대표적인 녹지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녹지로 탈바꿈하는 곳은 용산구민센터~가좌역 구간으로 길이 6.19㎞, 폭 12∼78m에 면적이 14만㎡에 이른다. 자전거 전용도로와 산책로를 비롯해 광장 등이 들어서게 된다. 내년 7월 착공해 토지매입비를 제외한 공사비만 457억원이 투입된다.

공원은 4개 구간으로 나눠 테마별로 꾸며진다. 도화동·대흥동이 인접한 용산구청∼대흥로(2.74㎞) 구간은 ‘시간이 흐르는 길’이 된다. 인근 ‘도화동’의 동네 이름을 살려 복숭아 나무를 심은 도화원, 마포나루의 새우젓을 보관하던 항아리를 주제로 한 조형물로 쉼터가 조성된 항아리원이 만들어진다.

대흥로∼양화로(1.87㎞) 구간은 ‘꿈이 피어나는 길’이 돼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난다. 주변의 홍대 거리에 예술가들과 젊은이가 몰리는 특성을 고려했다. 홍대거리미술제와 각종 문화축제를 열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양화로∼홍제천(1.33㎞) 구간은 ‘여유가 묻어나는 길’이 된다. 한평정원, 야생화화원, 운동기구 등이 있는 건강마당과 철도쉼터 등으로 주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된다. 홍제천∼가좌역(0.25㎞) 구간은 ‘자연을 닮은 길’이 돼 숲 속 오솔길과 쉼터가 조성된다.

오해영 과장은 “100여 년간 기차가 달리던 곳에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녹색공간이 들어서게 되면 대표적인 서울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주리 기자

◆용산선=1906년 경의선과 함께 개통된 철로로 용산역~가좌역 사이를 잇는다. 길이 7.0㎞에 8개 역이 있었으나 광복 이후에는 용산·효창·서강·가좌역만 남았다. 승객 운송은 하지 않고 무연탄·시멘트 등 화물 수송을 주로 담당했다. 하루 16회 정도 기차가 다녔고 2005년 4월 14일 마지막 열차가 운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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