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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뭐든 넣는 아기, 로타바이러스 백신 먹일 때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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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생후 10개월 된 영아를 안고 소아과 외래를 찾은 김모(34·서울 영등포)씨. 아기는 계속되는 설사와 구토로 축 늘어져 있다. 검사 결과 로타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이었다. 세균성 장염을 의심했던 엄마는 화들짝 놀랐다. 바이러스라면 신종 플루나 계절성 독감처럼 호흡기 질환과 주로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불찰이었다.

3~24개월 위험…발생률 몇년간 줄지않아

11월은 로타바이러스 장염 환자가 늘어나는 시기다. 식중독·이질과 같은 세균성 장염은 여름에 위세를 떨치지만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날씨가 추워지면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 한강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선희 교수는 “바이러스 특성상 로타바이러스는 외부 온도가 내려가면 활동성이 강해진다”며 “많으면 하루 10여 명의 영·유아 환자를 볼 정도로 추운 계절에 흔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지난 4월 초 제주도에서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3개월 된 영아가 심한 탈수 증세로 사망한 바 있다. 또 4월 광주 지역에서 발생한 소아장염 환자의 병원체 84건을 조사한 결과, 33건(39.3%)에서 로타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영·유아를 공략한다. 로타바이러스 장염 발생률이 지난 몇 년간 감소하지 않고 있는 것도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최근 국립보건원 보고에 따르면 유행기간이 4~5월로 연장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장난감 통해서도 옮아 … 중증 탈수로 사망 위험

로타바이러스는 어린이의 분변으로 배출된 바이러스 병원체가 다른 아이의 입으로 들어가 전파된다. 세균과 달리 전염력이 강해 적은 양의 바이러스로도 쉽게 감염을 일으킨다.

권희정 권청소년소아과 원장은 “아기들은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는 습성이 있어 놀이방의 장난감으로도 감염된다”며 “신생아가 밀집된 산후조리원, 기저귀를 갈아주는 장소, 병원 신생아실 등도 감염 가능성이 큰 곳”이라고 말했다. 부모나 간호인을 통해서도 쉽게 전파되기 때문.

증상으로는 며칠 간 설사와 구토·발열 증상이 나타나며 위장관염에 의한 중증의 탈수가 생겨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때론 상기도 감염·폐렴·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과 요로감염·장 중첩증·출혈성 위염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신 교수는 “국내에선 탈수와 같은 증상을 초기에 적절히 대응해 사망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후진국에선 아직도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먹는 백신 ‘로타릭스’ 5가지 바이러스 예방 효과

로타바이러스의 생존력은 대단하다. 장난감이나 수도꼭지·욕실 등의 표면에 붙어 며칠에서 몇 주간 살아있다가 공간 전체로 퍼진다. 실제 로타바이러스 유행 시기에 한 신생아실에선 33%의 신생아가 원내 감염으로 설사를 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신 교수는 “세균은 손 씻기로 대부분 예방할 수 있지만 로타바이러스는 꼼꼼히 씻어도 감염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로타바이러스는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미국이나 남미 여러 국가들은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영·유아 필수예방 항목에 포함하고 있다. 현재 시판되는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생후 3회 복용하는 것과 2회 먹는 백신 두 가지가 있다. 2회 복용(주사제가 아님)하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로타릭스’의 경우 대규모 유럽 임상시험에서 5가지 로타바이러스 유형들(G1, G2, G3, G4, G9)을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브키즈소아청소년과 손영모 원장은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생후 3~24개월 사이의 영아에게 흔히 발생하므로 생후 백일 전에 예방백신을 먹여야 한다”고 말했다. 로타릭스는 최소 4주의 간격을 두고 경구로 총 2회 투약한다. 1차 투여는 생후 6주 이후부터 가능하며 2차 투여는 16주 이전에 완료한다. 로타릭스는 로타바이러스 백신 중 유일하게 지난 6월 세계보건기구(WHO)의 글로벌 사전심사 자격을 획득했다.

고종관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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