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높다" 농민들이 주유소 직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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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농민들이 4개월 동안 한푼 두푼 모은 돈을 출자해 최근 나주시 동수동 온수마을 앞 국도변에 '농민주유소' 를 차렸다.

농민주유소의 주인은 나주농민회원 63명으로 영농조합법인을 결성, 1인당 수백만원씩 출자해 2억4천만원으로 설립했다.

농민들이 주유소 경영에 뛰어든 것은 농기계 및 시설원예 농가에서 쓰는 기름(면세유)을 시중가보다 싼 값에 공급해 영농비를 줄여보자는 취지다.

농업용 면세유를 함께 취급하는 일반 주유소들은 타 주유소와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운전자들이 주고객인 휘발유와 경유 등 과세유는 상대적으로 이윤이 박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주유소들이 '정부 고시가격' 으로 판매하는 면세유에서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농민주유소는 현재 일반 주유소나 농협 석유판매상이 면세용 경유 1드럼(2백ℓ)을 7만5천원에 팔고 있지만 5천원 정도 싸게 판매하고 있다.

또 농약살포 기계설비와 농업용 운전기계에 사용하는 면세용 휘발유도 ℓ당 3백65원으로 25원이 싸다

문을 연지 일주일이 지난 요즘 농민주유소의 주유기 4대는 쉴 새가 없다

인근 공산.동강면은 물론 금천.노안면 등 나주 북부일대 농민들로부터도 주문이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주유소는 연말 결산을 통해 이익금의 25%를 적립하고 나머지는 출자 농민들에게 배당한다.

적립금은 농자재.농약.퇴비 판매 등 사업을 확대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농민주유소 정형균(鄭亨均.34)총무이사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비싼 값에 기름을 살 수밖에 없었던 농민 보호를 위해 박리다매(薄利多賣)로 승부를 걸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나주농민회는 지난 91년 영산포에 농민약국을 개설한 뒤 나주.해남.화순에 5개의 약국을 운영하고 있으며, 농민의원.농민치과의원(94년)을 개원해 농민을 위한 진료 봉사에도 나서고 있다.

광주〓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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