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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공공공사에 불량레미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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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과 수도권, 대구.경북지역 일부 레미콘 생산업체들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물론 지하철.학교.교량 등의 공사현장에 불량 레미콘을 대량 공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본지 기획취재팀은 K.A.S사 등 이들 지역 3개 레미콘 생산업체들을 집중 취재, 사용시간 규정을 초과했거나 기준에 미달한 불량 레미콘을 불법 판매하면서 품질검사 조작과 가짜서류 발행 등의 수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취재팀이 단독 입수한 1백10여쪽에 달하는 K사(경기도 P시)의 비밀장부 '대외비 레미콘 폐기대장' 에 따르면 이 회사는 1995년 1월부터 96년 4월까지 불량 레미콘을 일산 신도시를 비롯한 경기도 북부 지역의 S초등학교.J중학교 등의 학교, 교량 등 공공시설물 27곳, 개인주택 공사장 50곳, 상가.아파트 21곳 등 각종 공사현장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곳에 납품된 양은 레미콘 트럭 2백50여대, 1천5백여㎥로 너무 묽거나 시간이 지나 굳기 시작한 제품으로 한국공업규격(KS)의 레미콘 관련 규정에 따르면 반품되거나 폐기됐어야 할 것이었다.

취재팀이 확보한 K사 내부 자료 가운데는 93년 추석과 95년 설날 때 군청 등 관련 부서 70여곳에 10만~50만원씩을 제공하려는 계획을 수립한 문서도 포함돼 있어 불량 레미콘 유통과정에서 공무원들에게 '떡값' 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수도권의 A사도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성분검사에서 불량판정을 받은 레미콘을 새 제품인양 속여 검사과정이 소홀한 군소 공사현장에 14차례나 공급했고 전국규모의 레미콘 업체인 S사 대구지사도 콘크리트 성분검사서를 허위 작성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불량 레미콘을 불법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콘크리트믹서트럭협회 안동근(安東根)사무총장은 "불량 레미콘 불법 사용은 전국적 현상" 이라고 말해 불량 레미콘 유통이 이들 3개 회사 외에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대 오병환(吳炳煥.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교수는 "불량 레미콘 사용은 건축물의 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사 사장 李모씨는 "직원들이 현금과 선물을 공무원들에게 제공할 것을 건의했지만 지출서류에 서명한 적은 없다" 고 밝혔으며 공장장 康모씨는 "반품 레미콘 일부는 버리고 일부는 새 재료를 넣어 규격에 맞춰 재출하했는데 이런 내용이 서류에 기록되지 않았다" 고 말했다.

A사의 池모 공장장은 "재출하는 어쩌다 한두번 있는 극히 드문 일" 이라고 말했으며 S사 兪모 대구지사장은 "재출하 때도 보정(補整)절차를 밟아 품질에 문제가 없다" 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안성규.강찬수.왕희수.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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