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4번째 연임…클린턴, 금융시장 안정위해 조기 지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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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미국경제의 조타수' , '통화정책의 신의 손' 으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7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4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으로부터 4번째 연임 지명을 받았다.

지난 87년 8월 중도퇴임한 폴 볼커 전임 의장의 잔여 임기를 맡아 미 중앙은행 총수직에 오른 그린스펀은 2005년 6월까지의 네번째 임기를 마칠 경우 17년10개월로 미국에서 두번째로 장수한 FRB 의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최장수는 1951년부터 1970년까지 연임한 윌리엄 맥체스니. 그린스펀은 또 그를 첫 지명한 로널드 레이건(공화)에 이어 조지 부시(공화)와 빌 클린턴(민주), 내년 2월 취임할 차기 대통령까지 모두 4명의 대통령을 거치게 된다.

공화당원인 그는 공화.민주 양당으로부터 모두 지지를 받고 있어 오는 26일 열릴 상원 청문회에서 무난히 인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대통령은 이날 연임 지명을 발표하면서 "그린스펀 의장은 기술적인 전문성과 고도의 분석력, 전통적 상식을 두루 갖춘 보기 드문 인물" 이라며 "그의 지도력이 미국경제의 장기 호황에 큰 역할을 했다" 고 치하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연임은 지난해부터 이미 예견됐지만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통화정책이 정치바람을 타지 않도록 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사전에 제거한다는 차원에서 서둘러 발표됐다.

그린스펀은 지명을 수락하면서 "경제학자로서 경제이론을 시장(현실경제)에 시험해본다는 지적 호기심과 궁극적으로 알 수 없는 미래의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정책을)결정하는 도전적 과제를 뿌리치기 어려웠다" 고 말했다.

세기를 넘겨 연임하게 된 그린스펀은 이제 건국 이래 최장의 호황기를 기록하게 될 미국경제를 순탄하게 끌고 나가야할 부담을 새롭게 지게됐다.

경기호황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면서 인플레 압력을 누그러뜨리는 절묘한 금리정책의 줄타기를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워싱턴〓김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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