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 호" 대신 "심봤다" 직장인 산삼찾기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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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산행에서 10~15년생 산삼을 한뿌리씩 캔 한국심마니동호회 회원 박정안.윤창수.양구식씨(왼쪽부터). 황선윤 기자

직장인.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산삼을 캐는 심마니 열풍이 불고 있다. 등산을 하면서 건강도 챙기고 용돈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도 카페.홈페이지 등 수백개의 동호회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아예 직업을 심마니로 바꾸는 직장인도 생겨나고 있다.

◆열기의 현장=지난 5일 충북 단양군의 소백산 자락. 한국심마니동호회 대구지부 회원 30명이 산삼캐기 산행에 나섰다. 오전 7시 두 대의 승합차로 대구를 출발, 네시간 만에 도착하자마자 3명씩 조를 나눠 산자락으로 흩어졌다.

회원들은 가시덩굴에 찔리거나 뱀.벌레 등과 싸우며 산비탈을 수없이 오르내렸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 고함을 치거나 호루라기를 불며 서로의 위치를 확인했다. 경력 7년의 손화성(38)지부장은 "2년 전 이곳에서 많은 산삼을 캤다"며 소백산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험준한 산비탈을 오르내리기 세시간쯤. 회원 한 명이 "심봤다"를 외쳤다. 다섯개의 잎이 선명한 점 등으로 미뤄 산삼이 분명했다. 박정안(50.자영업)씨가 끝이 뾰족한 연장을 조심스럽게 놀려 산삼을 뽑아 올렸다. 12~15년생으로 추정됐다.

박씨는 "주인을 알아본다는 산삼을 발견할 때의 짜릿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며 기뻐했다. 그는 "3년 전 동호회에 가입했는데 올해 15뿌리를 캐 대부분 친인척과 나눠먹고 일부는 팔아서 경비.용돈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이날 박씨를 비롯한 세명이 10~15년생 산삼 한 뿌리씩을 캤다.

◆어떻게 활동하나=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전국의 심마니 동호회는 100여개, 카페는 400여개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 동호회인 한국심마니동호회(회장 서민석.47.대구시 남구 봉덕동)의 경우 전국 11개 시.도에 지부가 구성돼 있다. 정회원이 500여명, 준회원은 4만여명에 이른다. 서 회장은 "회원 대부분이 직장인.자영업자"라고 말했다.

직장 동료끼리 산삼을 캐러 다니는 경우도 많다. 경남 창원의 기업체에 다니는 차현의(46)씨는 동료 4명과 함께 2년째 주말마다 전국의 산을 찾아다닌다. 차씨는 "주5일 근무에 들어간 2년 전부터 산삼을 캐러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50년생 이하 30여뿌리를 캤다고 한다. 직업을 바꾼 직장인도 있다. 구미심마니동호회원 백관채(43.구미시 도량동)씨는 2년 전 섬유회사를 그만두고 심마니로 전업했다.

◆산삼 왜 많이 발견되나=주로 풍기.금산.무주 등의 인삼 재배지 인근 산에서 산삼이 자주 발견된다. 인삼 씨앗이 날아들어 여러 대에 걸쳐 자라면 야생 삼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또 산림보호 정책으로 산마다 울창한 숲이 조성돼 산삼이 자라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산삼을 캐는 사람들이 늘면서 그만큼 많이 발견되는 것도 한 원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실제 산삼 거래량은 집계되지 않고 있다.

대구=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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