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식 '형식파괴'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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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새 밀레니엄을 맞아 실속있는 색다른 방법으로 한 해를 설계하는 조직과 사람들이 늘고 있다.시무식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 실리형〓서울 신라호텔 일식당 소속 요리사 20명은 3일 '초밥상' 을 차려놓고 새해를 다짐하던 기존 시무식을 대신해 서울중앙병원으로 함께 종합건강검진을 다녀왔다.

안효주(安孝珠)과장은 "요리사들이 올해 으뜸 소망으로 '건강' 을 꼽는데다 고객의 식탁 안전은 요리사의 건강에서 출발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져 시무식 대신 건강진단을 받게 됐다" 고 말했다.

쉐라톤 워커힐 호텔은 시무식에서 지난해 회사에 공이 컸던 5개팀과 직원 11명에게 1인당 최고 2천만원씩 특별포상금 1억8천만원을 시상했다.

◇ 신세대형〓농림부는 과천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시무식 첫 순서에 신세대 인기가수 이정현의 테크노 신곡 '바꿔' 의 뮤직비디오를 상영했다.

'발상을 전환, 변화를 주도하자' 라는 취지에서였다.

참석자들은 이어 영화 서편제에 나온 '진도아리랑' 을 합창하며 시무식을 마쳤다.

농림부는 지난 연말 종무식 때도 미국 시애틀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 무대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대학생 풍물패를 불러 사물놀이를 벌였다.

결혼정보회사 '듀오' 는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 사무실에 지난해 맞선을 통해 결혼에 골인한 25세 용띠 동갑내기 커플 10쌍을 초청, 시무식을 가질 예정이다.

◇ 예술형〓경희대는 '새 천년 첫 시무식' 을 음대 크라운관 콘서트홀에서 예술제 형식을 빌려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윗분들' 의 신년사로 꾸며지던 기존 대학가 시무식과는 딴판이었다.

먼저 음대 교수들이 나서 '비전 2000을 열며' 라는 주제로 가곡 '소망' 을 부른 뒤 바흐의 '오보에와 피아노 알레그로를 위한 콘체르토' 를 오보에로 연주했다.

이어 교수.학생들로 구성된 '알렐루야 합창단' 이 멋들어진 화음으로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등 성가를 잇따라 합창,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 뒤 조정원(趙正源)총장이 단상에 올라 '간단한' 인사말로 시무식을 마감했다.

◇ 자원봉사형〓전북도는 올해 업무를 시작하는 3일을 '일일 선행 활동의 날' 로 정하고 직원 5백명이 도내 곳곳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농업기술원 직원 70명은 교통체증이 심한 익산시 도심에서 교통정리를 했으며, 경제통상국 직원 30명은 전주 갈메산 정신요양원을 방문, 의류를 전달하고 원생들의 몸을 씻어줬다.

농림수산국 직원 1백명은 전주천 다가교~백제교 구간을 청소하고 불우이웃돕기 성금 2백만원을 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도 공무원들은 이밖에 자동차 배출가스 무료점검, 노인들 안마해주기 봉사도 했다.

전진배.최민우 기자, 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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