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파생상품' 일본에 등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날씨의 변화로 기업들이 입게 될 손익을 일종의 권리로 만들어 사고 파는 신종 금융거래가 일본에 등장한다.

이른바 '기후(氣候)디리버티브' 다. 주가.금리.환율 등에서 파생돼 나온 기존의 파생금융상품과는 달리 날씨의 변화가 거래의 테마가 된다.

일본의 증권 중개회사인 닛탄(日短)엑스코는 29일 닛탄에너지라는 자회사를 설립, 내년 1월4일부터 기후 디리버티브 상품중개를 일본에서 처음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주고객은 날씨가 매출에 큰 영향을 주는 청량음료.맥주.빙과류.수영복회사, 기후보험을 취급하는 보험회사, 기후 디리버티브 상품을 개발한 국내외 금융기관들이다.

이 상품을 구입한 기업은 현재 시점에서 미래의 기온수준을 정해 이에 따른 수익을 확정하는 권리를 얻게 된다. 미래에 기온이 변덕을 부려도 이 권리를 행사하면 피해를 보지 않게 된다. 금융기관들은 기후정보에 근거해 이 권리에 적당한 값을 매겨 상품처럼 사고 팔게 된다.

성격은 기후보험과 비슷하지만 보상구조가 다르다. 보험상품은 가입자가 입은 손실의 일부를 보상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비해 기후 디리버티브는 실제 기온이 예상보다 빗나가면 빗나갈수록 보상규모가 커지게 돼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상기온으로 돈을 더 벌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내년 여름 날씨가 더울 것을 예상하고 비키니 수영복을 많이 만든 의류회사가 기후 디리버티브를 구입한 뒤 날씨가 선선해지면 정해진 계약조건에 따라 판매기관으로부터 보상을 받게 된다.

실제기온이 예상기온보다 1도 차이날 때마다 매출액의 몇%를 보상한다고 정할 경우 기온이 낮아질수록 의류회사는 더 많은 돈을 받게 된다.

이 회사 주식을 산 투자자들도 기온변화에 따른 주가하락을 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가들도 기후 디리버티브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후 디리버티브는 이상기온에 따른 기업 및 투자자들의 피해를 회피(헷지)하기 위해 97년 미국의 에너지회사 엔론이 처음 개발했다.

최근 미국내 기후 디리버티브의 거래규모는 연간 약 30억달러에 이른다. 일본에서도 니혼코교(日本興業)은행 등이 기후 디리버티브 상품을 개발중인데 이번에 중개회사가 생겨나 내년부터 본격적인 거래가 이뤄질 전망이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