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면자율화 앞두고 조기유학 또 '들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회사원 金모(38.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던 딸을 이달초 영국으로 유학보냈다.

그는 사교육비 부담도 만만찮은데다 삭막한 국내 교육현실에서 딸을 공부시키기보다는 어린 나이에 보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사업을 하는 朴모(43.서울 강남구 청담동)씨도 중학교 2학년 아들을 캐나다로 유학보내기로 결정하고 수속을 밟고 있다.

朴씨는 "국내에서 과외비.학원비를 들여 고생시키는 것보다 차라리 유학을 보내면 영어라도 확실히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17세미만 학생들의 조기유학 전면허용 방침을 밝힌 이후 조기유학에 관심을 갖고 준비중인 학생과 학부모들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 강남 K.C중학교 등에는 유학준비를 위해 성적증명서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한반에 1~2명, 많게는 학년당 수십여명에 이른다.

K중 교사 李모씨는 "전교생 8백50여명중 올들어 20명 이상이 이미 조기유학을 떠났다" 며 "정부의 조기유학 허용방침 발표이후 내년에 유학을 떠나기 위해 준비중인 학생이 상당수인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K유학원과 강남구 G유학원 등에도 최근 "영어권 국가로 자녀를 유학보내고 싶다" 는 문의전화가 하루에 10여통씩 걸려오고 있다.

G유학원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 발표후 상담 건수가 두배 이상 늘었다" 며 "중학생 학부모가 주류를 이루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문의전화도 절반 가까이 된다" 고 말했다.

주한 외국대사관과 유학원들은 조기유학 설명회를 잇따라 개최하고 인터넷에 조기유학 상담 전문코너까지 마련했다.

지난 10월 열린 캐나다 유학박람회에는 지난해에 비해 3천여명 이상 늘어난 9천여명의 학생.학부모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캐나다 초.중.고교 등 참가학교도 지난해 18개에서 올해는 28개로 늘어났다.

유학알선 기관이 주말마다 개최하는 조기유학 설명회에도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유학원들에 따르면 조기유학을 원하는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대상 국가는 주로 캐나다.

미국의 경우 교육비와 생활비 등 1년에 4천만~4천5백만원이 소요되나 캐나다는 절반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서울 국제유학원 정남환(鄭湳煥)원장은 "최근의 조기유학 열기는 과거 일부 계층의 도피유학과는 성격이 다르다" 며 "그러나 너무 어린 학생은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학부모에게 권하고 있다" 고 밝혔다.

교육부 김보엽(金甫燁.37)사무관은 "해마다 2천~3천여명이 여행비자 등을 발급받아 불법적으로 조기유학을 떠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며 "조기유학이 허용된다 해도 분위기에 편승해 무분별하게 자녀들을 유학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 말했다.

배익준.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