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회담 성사배경] "묵은 숙제 풀자" 세밑 해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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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밀레니엄 정치는 일단 해빙의 분위기로 열리게 됐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28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조건없는 새 천년 총재회담을 제의했고 청와대측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여야가 새 천년을 며칠 앞두고 대화 쪽으로 움직인 것은 밀레니엄의 이미지를 먼저 잡기위해서다.

밀레니엄의 새 정치는 내년 총선 정국 주도권 경쟁의 첫 출발이기도 하다.

그동안 金대통령은 총재회담의 연내 개최를 위해 여러 차례 공개 제의를 해왔다.

李총재는 선거법 등 현안이 타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해 오다 28일 전격적으로 새해 초 총재회담을 역(逆)제의했다.

국민회의 관계자는 "李총재가 새 정치의 이미지를 金대통령에게 넘겨주기 싫어 그동안 총재회담을 외면했다가 막판에 역제의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金대통령의 일방적인 정치일정에 들러리를 서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아 회담 제의를 늦춘 것일 뿐" 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측은 총재회담에서 모든 현안을 털고 새 천년을 맞자는 청와대측의 제의에 대해 부담을 느껴왔다.

이 문제들이 총선 때 쟁점으로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호재라는 판단 때문이다.

李총재가 "총재회담과 별도로 선거법 협상과 언론문건 국정조사 문제는 새해에도 계속 추궁할 계획" 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의도를 시사한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측은 정쟁(政爭)중단 선언을 먼저 할 작정이다.

金대통령이 29일 송년 메시지 형식의 대국민 특별담화를 발표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은 그같은 계획에 따른 것이다.

묵은 현안을 살려 총선까지 끌고가려는 李총재의 의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이 메시지에서 정치개혁을 이루지 못해 다른 분야의 발목을 잡고 있는 데 대해 국민 앞에 유감을 표시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의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등 고소.고발에 대한 일방적 취하 등도 포함시킬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측은 연초 총재회담에서 대화합의 정치를 李총재와 공동선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李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새 출발의 진솔한 다짐이 필요하다" 고 말했기 때문이다.

여야의 이런 움직임과 달리 총재회담이 선거정국에 들어가기 앞서 '페어 플레이' 를 약속하는 통과의례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어차피 여야가 사활을 건 총선에 본격 들어가면 과거의 쟁점들이 다시 터져나오고 이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김진국.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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