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패션, 손바느질 승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세계적인 명품의 대부분은 수제품이다. 남성 신사복을 손바느질로 만들어 세계 명품들과 겨루겠다."

LG상사의 패션사업을 총괄하는 구본걸(사진) 부사장은 5일 마에스트로의 수제 양복 '마스터피스 763'을 내놓으면서 '수공(手工)으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구 부사장은 이날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옷은 중국산과 경쟁할 수 없다"며 "우리가 살아남는 길은 더 첨단화하고 기계화하는 게 아니라 발상을 바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손 기술을 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부사장은 이 같은 구상을 경남 양산의 LG패션 남성복 공장에서 실현했다.

양산공장은 지난 1년간 최신 기계화 생산설비를 뜯어고치고 수공 라인을 늘렸다. 1월부터 이탈리아 패션업계에서 수공 기술을 배운 기술자들을 손바느질 공정에 투입했고, 생산인력도 15% 늘렸다. 베테랑 양복 기술자들이 손 기술을 익히는 데도 6개월이 넘게 걸렸다. 또 제냐.카날리 등 해외 명품 양복을 분석해 한국형에 맞는 수제 남성복 패턴을 완성했다.

이런 노력 끝에 탄생한 것이 '마스터피스 763'이다. 거의 직선형으로 재단되는 대량생산 신사복에선 볼 수 없는 곡선을 살리고 어깨가 앞으로 굽은 한국인 체형에 맞게 어깨 라인을 교정한 것 등이 특징이다.

수공 과정을 도입하면서 제조공정은 기존의 128개에서 156개로 더 늘어났다. 또 전 공정이 서서 일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처음엔 '기술 퇴보''근무조건 악화' 등 회사 내에서 우려 섞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고 구 부사장은 전했다.

양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