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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창춘 상무위원 10일부터 평양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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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 공산당 권력 서열 8위의 리창춘(李長春.사진) 정치국 상무위원이 10일부터 13일까지 평양을 공식 방문한다. 이번 방문은 리창춘 상무위원이 중국 내 최고 권력 그룹인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북한 관계를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가장 관심 가는 대목은 북한의 경제 개방 문제다. 북한은 재작년 이른바 '7.1 경제 개선 조치'를 취한 이후 근본적인 물자 부족으로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환율 인상 등 심각한 경제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베이징(北京)의 한 북한 문제 소식통은 "평양 측은 현재 추가적인 경제 개방을 위해 국가 안전 시스템 등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라며 "이 작업이 끝나는 대로 종전에 비해 더욱 과감한 경제 개방 조치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리 상무위원의 이번 방문은 바로 이 같은 북한의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일치된 견해다. 북한이 내부 체제를 마지막으로 정리한 뒤 내놓을 경제 개방 조치와 관련해 중국 측의 지원과 경험 전수, 경제협력과 교역 확대 등이 북한과 중국 간의 최고위층 접촉에서 깊이 있게 논의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리 상무위원의 방북 수행원 중에는 당과 국무원의 관계자들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북한은 이미 중국을 모델로 한 경제 분야의 추가적인 개방 조치를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안다"며 "이번 리 상무위원의 방북으로 북한과 중국은 예전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차원의 경제협력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북핵 6자 회담의 속개 문제도 깊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측이 경제 개방 조치의 전제 조건으로 북측이 먼저 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최고위 관계자의 방북으로 6자 회담은 일단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리 상무위원은 아울러 고구려사 자국 역사 편입 의도가 불러 일으킨 불편한 상황에 대해 북한 측에 해명할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북.중 최고위층 상호 방문은 지난해 10월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올해 4월 방중에 이어 리 상무위원의 방북 등으로 빈번해지는 추세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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