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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 당선 2주년 맞아 'TV정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9일 KBS와 '당선 2주년 기념 특별대담' 을 가졌다.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청와대 관저 1층 거실에서 노변정담(爐邊情談)형식으로 이뤄졌다.

짙은 베이지색 셔츠에 가디건 차림으로 나온 金대통령은 옷 로비 사건 등 관심사를 쉽게 풀어 설명했다.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질문이 없었다.

대담자는 홍성규(洪性奎)KBS 보도국장, 소설가 김주영(金周榮)씨, 신경정신과 의사 이나미(李那美)씨 등 3명. 대담은 오전에 했고, 오후 10시30분부터 60분간 방영됐다.

金대통령은 김주영씨가 "고향 어머님이 산골 촌 아들이 대통령님을 뵙고 있는 것을 보시면 많이 놀라실 것" 이라고 하자 "하의도 섬사람이 와 대통령을 한 것도 놀라운 것" 이라고 화답하며 분위기를 잡아나갔다.

-지지도가 당선 당시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데.

"그렇습니다. 생각하지도 않은 일들을 가지고 자꾸 국민을 걱정시키는 것을 보면 한탄이 그냥 저절로 나오고 이것이 무슨 팔자인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직접 관계가 없으면서도 국민에게 사과를 했는데 옷 로비 사건 청문회에 나온 부인들은 한사람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어요. 옷 로비는 실패한 것인데도 부인들의 불건실한 태도, 떼지어 고급 의상실을 다니고, 거짓말을 하고, 검찰 고위직 인사가 문서를 피의자측에 유출하는 등 상식에 없는 일을 해 국민을 동요하게 하고,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었습니다. 안타깝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국민에게 참 볼 면목도 없고, 그런 심정입니다. "

-대통령님한테까지 거짓 보고됐다는 게 국민이 분개하고 있는 점인데.

"만일 거짓 보고를 했다면 참 큰일입니다. 절대로 넘어갈 수 없는 문제입니다. 수사 중이니까 곧 밝혀질 것입니다. "

-좀더 강력한 대통령상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단호하게 화끈하게,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과거 군사정권 시대 수십년 동안 그 '화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했습니까. "

-남북관계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

"북한은 햇볕정책을 진심으로 압니다.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에 북한하고 자꾸 접촉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우리의 선의를 알기 시작했어요. 내년에는 우리가 기대하는 이상으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대통령께서 원하는 대로 다 되는 건 아니고, 매일 두통약을 먹어야 될 것 같은데.

"아닌 게 아니라 때로는 두통약 생각날 때도 있습니다. 빈곤층은 아직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이런 문제에 국민이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거짓말.위증, 이런 것이 국민을 화나게 만들어 정부가 그 와중에 끌려들어가 지금 이 고통을 보고 있습니다. 물론 국민도 억울하겠지만 정부도 억울할 때가 많습니다. "

-혹시 대통령께서 혼자 다 하시려고 하다가 생긴 부작용은 아닌가.

"그런 말도 듣습니다. 그런데 내가 혼자 한다면 서해 해전을 어떻게 하고 기업 구조조정이나 외교를 어떻게 다하겠습니까. 소임을 맡은 분들이 열심히 잘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모든 분야에 대해 대통령의 눈이 가야 합니다. 우리 제도는 대통령중심제입니다. 누가 잘못해도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합니다. 대통령이 일을 사무적으로 간섭해서는 안되지만 큰 줄거리에 대해서는 꼭 쥐고 있어야 됩니다. 안 그러면 잘못됩니다. "

-최근 국정원장 발언 파문, 옷 로비 사건, 파업유도 발언 등 대통령을 보좌하는 분들이 오히려 대통령님을 더 어렵게 하는 것 같은데.

"그 점에 대해서는 유구무언입니다. 나를 위한다는 사람이 오히려 위한 것이 아닌 결과를 보면 참 어이가 없는 때가 있어요. "

-언제쯤 윗목도 따끈따끈해질 것인지

.

"방 가운데까지는 훈기가 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산층도 지금과 같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어요. 고소득층의 소득이 워낙 늘어났고 그 사람들이 너무 사치생활을 하니까 국민들을 자극하는 면이 있습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서민들에게 훈기가 가는 시대가 옵니다.

이번에 법도 만들어 예산에 반영시켰습니다. "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큰데.

"가장 큰 위험요소는 국민의 정치불신입니다. 여당의 지지가 내려간다고 야당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이것이 어디로 갈지 모릅니다. 여야 다 같이 위기의식을 느껴야 합니다. 그 중에 가장 책임을 느껴야 하는 사람은 물론 대통령인 나지요. 명색이 여당이 정권만 잡았지 국회는 2백99석 중 1백50석 밖에 안된다. 이런 때는 야당이 도와줘야 합니다. 그래야 그 다음에 자기네가 여당됐을 때 야당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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