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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 감시망으로 신종플루 선제 차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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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2일 오전 11시 전주시 완산서초등학교. 2학년 박모 양은 체온검사를 위해 학교 2층 보건실을 찾았다. 이날 벌써 세번째 검사였다. 체온이 37.3도로 나와 다른 학생 두 명과 함께 등교 직후 이미 두 차례 검사를 받았었다.

전주 완산서초등학교의 박은례 보건교사가 학생들의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장대석 기자]

박은례(39) 보건교사는 “2~3주 전 만해도 2,3차 발열 체크 대상자가 하루 20~30명씩 됐지만, 지금은 5~6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전북지역의 신종 플루 감염 학생은 1000명을 넘어섰다. 환자가 수십 명씩 발생한 학교도 많다. 현재 휴교 중인 학교도 7개에 이른다.

신종 플루가 확산하는 가운데 조기 차단에 모범적인 학교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완산서초등학교가 그 중의 하나다.

전교생이 870여 명인 이 학교는 지금까지 확진 환자는 단 1명, 의심 환자는 4명에 불과하다.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중학교의 경우 확진 환자 6명, 의심 환자 40명이나 된다.

완산서초등학교의 플루 감염자가 적은 것은 그물처럼 촘촘하게 친 감시 관리체계 덕분이다.

우선 담임교사는 등교 직후인 오전 8시30분쯤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1차 발열검사를 한다. 37.3도 이상 미열이 나는 학생들을 보건실로 보내 2차 체크를 받게 한다.

보건교사의 재검에서 37.5도 이상으로 나타나거나 미열·기침·콧물·인후통 증상을 보이는 학생은 귀가시킨다. 남은 아이들은 오전 11~12시 보건실에서 3차 검사를 통해 이상 유무를 확인받는다.

요즘에는 감염자 등과 접촉한 학생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감염자 등과 접촉을 차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담임교사들은 매일 아침 학생들에게 “가족 중 플루 의심자나 타미플루 복용자가 있나”고 묻는다. 학생 주변에 환자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학생을 즉시 조퇴시키고 3일간 등교하지 말도록 한다.

4학년 김모 양의 경우 지난 주 수요일 아침 발열검사 때 36.6도가 나왔지만 기침이 심했고 곧바로 조퇴시켰다. 중학생인 언니가 하루 전 플루 감염 확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양은 밤중에 고열을 보였고 1주간 등교를 중단했다.

방역도 철저하다. 건물 출입구마다 손소독기, 교실마다 분사식 세척기를 달았다. 또 공공근로요원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계단의 난간, 교실·화장실 출입문 손잡이 등을 청소하고 소독한다.

철저한 예방조치와 방역은 보건교사 박씨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서 2년 가까이 간호사로 근무한 박씨는 가족환자 발생 때 비상연락망 가동 등 응급상황 매뉴얼을 초기부터 주도했다. 또 2~3일에 한번씩 교사들과 연수를 통해 정보를 공유했다.

정진동 완산서초등학교 교장은 “선제대응 덕분에 플루 감염 학생이 적다”며 “학부모들이 처음엔 ‘왜 공부를 안 시키고 집으로 보내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며 불만을 쏟아 냈는데, 이제는 ‘안심하고 학교를 보낸다’며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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