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 32강전>
○박정환 4단 ●천야오예 9단본선>
천야오예 9단이 느릿하게 103으로 민다. 104는 이 한 수. 손이 본능적으로 멈칫했지만 여기서 생각하는 건 미친 짓이라서 그냥 둔다. 그 다음 105가 더욱 느릿하게 떨어졌을 때 박정환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설마 했다가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너무 쉬운 맥이었다. 이런 기초를 못 보다니 나는 정말 바보다. 박정환의 얼굴은 부끄러움에 홍시처럼 붉어졌다.
‘참고도 1’ 백1은 흑2로 끊겨 바로 안 된다. 따라서 백은 ‘참고도 2’ 처럼 기어나갈 수밖에 없는데 흑2 선수하고 4로 막아 버리면 역시 안 된다. 참 쉽다. 나는 바보다. 미쳤다. 초읽기에 몰린 박정환은 106, 108로 시간을 연장하며 수를 찾아 헤맨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