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투어] 남는 빵 아깝다고 싸게 팔지 말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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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씨는 서울 신사동에 있는 베이커리 ‘본누벨과자점’에서 서강헌 대표의 도움을 받아 이틀간 직업 체험을 했다. 잡투어는 전문 멘토와 연결돼 현장에서 직업을 체험하고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본지는 일만나 사이트(joins.incruit.com)에서 신청을 받아 체험자를 선발한다. ‘잡투어(www.job-tour.co.kr·031-777-2299)’ 사업을 하는 ㈜씨앤드에스마이크로웨이브가 무료로 실시했다.

멘토로 나선 서강헌 대표는 24년 경력의 파티셰(제과·제빵사)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다. 제빵부터 직원관리와 마케팅 업무까지 그가 도맡아 한다. 이씨가 체험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제빵’과 ‘마케팅’이다. 베이커리 운영의 두 축이다. 서 대표는 “반죽을 10년은 만져봐야 제대로 된 빵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빵 만드는 법을 아는 사람과, 전혀 모르는 사람은 점포를 운영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씨는 직접 손으로 빵 반죽을 만들고, 오븐에 넣어 굽는 과정을 체험했다. 마케팅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제대로 팔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이씨는 서 대표로부터 진열 방법과 판매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제빵은 타이밍

빵을 만드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대부분의 빵은 그날 만들어 그날 팔아야 한다. 서 대표는 “오전의 주방은 전쟁터나 다름없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식빵 만들기에 도전했다. 오전 6시에 출근한 직원들이 2시간 동안 만들어 오전 8시에 가장 먼저 내놓는 제품이다. 반죽을 만들고 발효시키고 오븐에 굽는 과정인데, 서 대표는 끊임없이 시간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반죽은 빨리해야 한다. 온도를 높여 발효가 잘 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천천히 하면 반죽이 차가워져 발효가 잘 안 된다. 발효는 차분하게 하라고 했다. 1차 발효와 2차 발효를 거치는데, 중간중간 꺼내서 냄새를 맡아 발효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한다. 쉰 냄새가 난다면 제대로 발효가 되지 않았다는 신호다. 오븐에 구울 때는 천천히 해야 한다. 서 대표는 “빨리 넣으면 반죽 모양이 주저앉을 수 있다” 고 말했다.

재고 관리는 세심하게

서 대표는 “제빵사가 경영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방 사정에 훤하기 때문이다. 주방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흰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리대였다. 서 대표는 “온도를 차갑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초콜릿 같은 재료를 다루기 편하다”고 설명했다. 또 조리할 때 주로 스테인레스로 만들어진 기구를 쓰는데, 조리대까지 금속으로 돼 있으면 검은 자국이 제품에 남을 수 있다.

재고 관리도 중요하다. 빵은 만든 순간부터 재고나 다름 없다. 게다가 빵은 판매가 들쑥날쑥하다. 케익은 금·토·일요일에 많이 팔리고, 빵은 일요일 오전에 가장 많이 나간다. 크리스마스 같은 때는 평소보다 수십배 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재고를 매일 체크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월간 단위로 조사해 엑셀 파일로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디자인은 직접, 할인은 금물

포장은 빵의 얼굴이다. 이씨는 서 대표에게 직접 롤케익 박스 포장법을 배웠다. 그는 “포장지부터 직원 유니폼, 매장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직접 했다”고 소개했다. 매장 운영자가 직접 디자인을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제품을 배치할 때는 법칙이 있다. 제철 빵이나 직접 개발한 제품을 잘 보이는 곳에 둔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점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빵이나 소보루빵은 구석에 둬도 괜찮다. 케익의 경우 실험적이거나 작고 귀여운 제품은 불빛을 낮게 비춰 잘 보이도록 진열한다.

남는 빵을 할인해 파는 것은 금물이다. 빵의 값어치를 떨어뜨린다. 서 대표는 “한 번 할인해 주면 고객이 다음 번에 들를 때 제 값에 사고싶어 하지 않는다”며 “다른 제품을 팔 때 덤으로 끼워 주는게 낫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하면 다른 제품을 맛보게 함으로써 매장을 다시 찾게 하는 효과가 있다.

포인트 카드나 상품권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만원을 벌 때 1000원은 소비자에게 돌려준다는 생각으로 운영하면 오히려 매출이 는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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