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강사 월 80만원 박봉에 시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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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 대학 강의의 4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시간 강사.

그 막중한 역할과 달리 그들은 생활급에도 못미치는 박봉에 시달리고 있으며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강사료 격차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비현실적 강사료가 대학교육의 부실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이수인(무소속)의원이 전국 1백54개 대학에서 자료를 입수하고 주간 '교수신문' 이 분석한 결과가 최근 공개됐다.

이는 이제까지 '박사급 보따리 장수' 라 불리며 막연히 낮다고 알려진 대학 강사료의 현황을 최초로 분석한 것이다.

우선 국.공립대는 시간당 2만3천~2만7천원 선으로 나타났다.

국.공립대는 교육부의 강사료 기준 금액을 적용받기 때문에 국.공립대 간에 격차는 크지 않았다.

99년 기준금액인 2만3천원을 강사료로 책정한 대학은 밀양대.제주대.진주산업대 등. 강릉대.군산대.여수대 등은 연구보조비 명목으로 4천원을 보조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2만7천원 외에 기성회비 보조금으로 3천원을 추가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립대는 조사대상 1백23개 대학 중 절반이 넘는 79개 대학이 2만원 이하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대 수준인 2만3천원을 넘는 대학은 불과 10여 곳도 안되는 실정. 광주의 A대학은 1만3천원으로 가장 적었다.

사립대는 기준금액이 정해진 국립대와 달리 여러 잣대를 적용해 강사료를 차등 지급하는 것도 특징이다.

강사의 등급 구분이 대표적 경우. 한성대는 특1급(2만2천원), 1등급(2만원), 2등급(1만8천원)으로, 계명대는 A급(2만원), B급(1만9천원), C급(1만8천원)으로 나눈다.

또 수강인원이 1백20명, 2백40명 이상일 경우 각각 50%와 1백%의 추가 강사료를 지급하는 대학도 있다.

이 자료를 이용해 시간 강사의 한 달 임금을 계산해 보면 시간 강사가 처한 현실이 더 피부에 와닿는다.

시간강사들의 평균 강의시간으로 알려진 것은 10시간. 최고 수준인 3만원을 받는다 해도 한 달이면 1백2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여기에 교통비 등 각종 경비와 방학기간을 제외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더 줄어들게 된다.

더군다나 30대 초.중반이 대다수인 이들 시간강사는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한 형편이다.

강사료 비현실화가 야기하는 더 큰 문제는 대학생들의 교육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생활비를 대기 위해 강의를 많이 맡으면 수업이 부실해 지고, 꼼꼼한 강의 준비를 하기 위해 강의를 적게 맡으면 생활이 망가지는게 현실" 이라는 항변이 시간 강사들 사이에서는 일반화된 이야기다.

조사대상 대학 중 91개 대학에서 교양강의의 시간 강사 전담률이 50%를 넘는 한국의 현실에서 시간 강사의 '생활고' 가 수업 부실과 대학 교육 피폐화로 직결된다는 의미다.

중앙대 영문과 강사인 여국현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여러 강의를 맡다 보니 학생들이 제출한 레포트를 꼼꼼이 읽어 보고 피드백을 해주지 못할 정도다" 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비절감 차원에서 대학이 박봉의 시간 강사료를 유지한다면 21세기 지식기반사회 진입이라는 비전은 도저히 불가능한 망상에 그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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